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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샌더스 "대선 불복 시사? 이번 대선은 트럼프 vs.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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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이번 선거는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와 민주주의의 선거로 민주주의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버몬트)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대선 불복'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샌더스 의원(이하 직함 생략)은 2016년과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 참여했다가 두번 모두 2등을 차지한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 내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샌더스는 이번 경선에서 사퇴한 뒤로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일찌감치 주장해온 그는 '트럼프 재선'은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지난 5월부터 꾸준히 '대선 불복' 시사..."대법원 판결 나면 승복하겠다. 갈길이 멀다"

샌더스의 이런 주장은 지난 5월부터 계속된 트럼프의 '대선 불복' 발언을 통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하다. 트럼프는 지난 5월부터 "우편투표 사기론"을 주장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실제로 우편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자신의 후원자 출신인 루이스 드조이를 우체국장으로 임명했다. 드조이는 취임 후 초과 근무 수당을 없애고 우편물 분류기계 600여 대를 처분하는 등 실제 우편물 수송에 차질을 빚을 조치를 연달아 시행해 의회에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또 트럼프는 지난 8월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뒤 일성으로 "내가 진다면 이번 선거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우편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우편투표와 현장투표 모두 참여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두번 투표하라"며 '부정 선거'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자 각 주의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두번 투표하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반박 성명을 냈다.

트럼프는 이어 23일 '투표를 둘러싼 소송의 가능성 때문에 대선 전에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이것은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나는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이 패배할 경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대선 전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로 인한 공석을 보수 성향의 대법관으로 채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긴즈버그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임명되면 대법원 구성은 '보수 6 대 진보 3'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가 된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트럼프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가 결국 대선 불복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해석하며 대선일(11월 3일) 이후 벌어질 혼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24일에도 <폭스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연방대법원이 바이든 승리로 결정하면 바이든이 이기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냐"는 질문을 받자 "동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거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 투표용지들은 공포스러운 쇼"라고 주장했다.

샌더스 "트럼프 발언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샌더스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트럼프 발언들에 대해 "(협박이나 과장이 아닌) 사실로 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으며,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매우 구체적인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 전략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샌더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득 불평등 문제와 의료 불평등, 또 미국 서부지역이 산불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기후위기 등 자신이 집중해온 정치 의제들이 당장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가 됐지만 "오늘은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다"며 "대신 내가 결코 토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가장 엉뚱하고 꿈 같은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트럼프의 선거 불복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문제에 대해 집중해서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 패배해도 백악관에 남겠다는 전략은 복잡하지 않다. 그는 자신이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대규모 유권자 탄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유권자들에게 "모든 투표용지가 빨리 집계될수록 혼란과 음모론에 대한 창구가 줄어든다"며 조기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또 주 의회에서 선거일 이전에 우편투표의 개표나 처리를 허용할 것으로 촉구했다.

샌더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어느 선거보다 우편투표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선거 당일 승자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이 가짜뉴스의 양산과 확산의 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도 선거일 후 일어난 만일의 사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 민주당, 무소속 등 미국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모든 표가 개표될 수 있도록, 개표가 완료되기 전까지 누구도 당선자라고 선언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샌더스는 트럼프를 겨냥해 "지금 이 중대한 순간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옹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국민들에게 미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지 말아달라"며 "위선을 집어치워라"고 요구했다.

힌편, 민주당 지도부도 트럼프의 선거 불복 시사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여기는 북한도, 터키도 아니다"라면서 "여긴 미국이고 민주주의다. 한순간이라도 헌법에 대한 취임 선서를 존중할 수 없나"라고 비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에 대해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 24일 조저 워싱턴대에서 강연하고 있는 샌더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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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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