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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내 5G 장비 중 9%가 中 화웨이…'반(反) 화웨이' 정서 속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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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수도권 지역에 설치한 화웨이 5G 장비
미국의 '반 화웨이' 전선에 한국도 압박
정부는 "기업 간의 일"이라며 눈치보는 중
한국일보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규제가 발효되는 15일 서울 중구 화웨이 한국지사에서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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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설치된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의 9%가 중국 화웨이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분쟁 중인 미국이 이미 공개적으로 '반(反) 화웨이' 전선 동참을 촉구한 상황이어서 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24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제조사별 5G 무선국(장치) 구축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체 구축된 42만7,967개 중 화웨이 장비는 3만8,808개다. 삼성전자는 26만1,090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노키아(6만8,388개), 에릭슨엘지(4만5,899개)로 뒤를 이었다. 5G 장비를 화웨이 제품으로 구축한 사업자는 국내 이통3사 중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4G 롱텀에볼루션(LTE)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 장비를 처음 도입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화웨이는 전 세계 통신장비 업계 1위 업체다. LG유플러스의 LTE 장비 중 30% 가량이 화웨이 장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운영 중인 5G 서비스가 LTE와 5G 장비를 연계하는 방식인 만큼 기술 호환성 측면에서 LG유플러스는 5G 역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극심한 미중 무역갈등 속에 있다. 미국은 특히 동맹국들에게 '반화웨이' 정서에 합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앞선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SK텔레콤과 KT에 대해선 '깨끗한 업체'로 공개 거명한 데 이어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인)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은 믿을 수 없는 공급 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정부에선 화웨이가 자사 네트워크에서 세계 각국의 통신망에 은밀하게 접근, 정보를 유출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4월 발표된 미 국방혁신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중국 5G 장비에 대한 보안 문제는 다뤄졌다. 이 보고서는 "화웨이 네트워크상에서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비)나 보안 취약점에 대한 증거는 전세계의 다양한 단말기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이들 중 다수는 중국 정보기관이 기업들로 하여금 이용자 정보를 유출하도록 하는 요구와 관련이 있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제조사로서 5G 시장을 지배한다면 잠재적 보안 취약성은 계속 확산될 것"이라며 안보 측면에서 중국 5G 장비의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 호주, 캐나다, 인도 등 주요국들도 잇따라 화웨이 통신 장비를 배제하는 추세다. 심지어 보다폰 등 영국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설치된 화웨이 장비까지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방침이다.

한국 역시 이런 압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미 수년간 화웨이 장비를 써온 LG유플러스는 "구축한 장비를 걷어내고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화웨이의 5G 장비가 스페인의 정부인증기관으로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 인증도 통과했다"면서 기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 하반기 상용화 예정인 28㎓ 대역 기지국 장비 발주를 앞두고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5G에 보안문제가 있는 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압력에 대해선 "기업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미중 갈등이 미국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정부에서 보다 명확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대출 의원은 "우리 정부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유럽내 주요 국가들은 정부가 나서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며 "정부가 해야할 일은 화웨이 장비 보안 문제에 대해 어떤 방향이든지 하루 빨리 결론을 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국내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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