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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물에 몸 싣고 기진맥진… 北, 바다에 둔 채 무차별 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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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실종서 총살까지

실종 30시간 만에 北이 등산곶서 발견

해군, 한 시간 뒤 해상 위 실종자 확인

밤 9시 전후 상황 돌변… 北 총격 지시

軍, 구체적 총격횟수 공개하지 않아

북측 불꽃 확인한 軍 “화장이 아니었다”

자정쯤 상황 파악 軍 수뇌부 ‘아연실색’

세계일보

21일 북방한계선(NLL)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A씨가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47)씨는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 해상에서 실종됐다고 군 당국은 24일 밝혔다. 실종 당일 오전 11시30분쯤 어업지도선 선원들이 배에서 A씨가 보이지 않자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한 뒤 해경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내에는 버려진 A씨의 신발이 발견됐다.

◆군, 실종 하루 지나서야 실종자 특정

실종 관련 보고가 전파된 뒤 21일 오후부터 해경과 해군 함정, 해수부 선박 20척과 해경 항공기 2대 등이 투입돼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인근 해역의 정밀수색에 나섰으나 A씨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행방이 묘연했던 A씨의 흔적이 포착된 것은 실종 하루가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 군 당국의 첩보를 통해서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북방한계선(NLL) 이북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간신히 1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부유물에 몸을 싣고는 기진맥진한 상태의 실종자 A씨의 정황을 입수한 것이다. 이때가 북한 선박과 실종자 A씨의 첫 접촉 시간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군 당국은 실종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군 당국이 실종자임을 정확히 확인한 시점은 22일 오후 4시40분쯤 북한 선박이 실종자와 일정거리를 둔 채 방독면·방호복 등을 착용하고 실종자의 표류 경위 등 월북 진술을 듣고 있다고 판단한 뒤다. 이후 북한 선박은 실종자를 해상에 내버려둔 채 유실 방지에만 신경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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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9시 전후 총격 첩보 포착

상황이 돌변한 것은 오후 9시를 전후해서다. 이 무렵 군 당국에는 총격을 지시하는 북한군 내부 첩보가 포착됐다. 이윽고 40여분이 지나 실종자 표류 해상에 등장한 북한 단속정에서 실종자를 향해 무차별적인 총격이 가해졌다. 구체적인 총격 횟수는 군 내부 사정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고는 오후 10시쯤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고 군은 전했다. 오후 10시11분쯤 연평도에 있는 우리 군 감시장비에 시신을 불태우는 불꽃이 관측되기도 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화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불태웠다”며 30시간에 걸친 사건의 충격적 모습을 격앙된 표정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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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11시 국방부·청와대 상황 공유

서욱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 상황이 공유된 것은 22일 오후 11시에서 자정 무렵이다. 당시 군 수뇌부도 아연실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런 사실을 23일 오후 1시30분 언론에 처음 공개했고 생사에 대해선 “실종자의 생존 여부는 현재 단정할 수 없다”며 발뺌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오후 4시35분에는 군 당국이 유엔군사령부 측과 협의하에 북측에 대북전통문을 발송해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이와 관련된 사실 확인을 촉구했으나 북한은 답하지 않았다. 24일 새벽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열려 실종사건 관련 입장문 발표 여부 등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정부 명의의 이번 실종사건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우리 국민 대상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번 행위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해상 및 공중에 대한 봉쇄 조처를 강화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조치를 위해 무단 접근 인원에 무조건적인 사격을 가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설령 방역 조처의 일환이었다 하더라도 북한군이 남측 비무장 민간인을 잔혹하게 사살하고 불태운 만큼 남북관계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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