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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이 “시험 보겠다”는 의대생들... 정부 “국민 이해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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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4년생들 "국시 응시하겠다" 첫 의사표명
사과나 양해 표시 없는 성명서 발표
정부 "성명서만으로 정할 수 없다" 부정적 견해
한국일보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응시 의사를 표시한 24일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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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국가고시(국시) 응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의대생들이 “시험을 보겠다”고 공식 의사 표명을 했다. 정부는 “공정성과 형평성,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성명서 하나 냈다고 응시 기회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달여간 지속된 의정갈등의 마지막 매듭인 국시 문제의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왔지만, 공정 이슈로 불거진 국시 재응시 기회부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쉽사리 종지부를 찍지는 못할 전망이다.

"시험 보겠다" 의대생 공식 의사 표명


전국 40개 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24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전국 40개 의대ㆍ의전원 본과 4학년은 국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의료 인력 수급 문제가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학생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의료 환경 정립에 있어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끝으로 우리나라의 올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전국 의대 4학년생은 총 2,726명이다. 이들은 전날 '사과 없이 국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는 안건을 두고 4학년 전체 학생 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응시 의사 표명에 찬성한 의견이 많아 이날 응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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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개 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24일 발표한 공동성명서. 이들은 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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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계에서도 국민 이해 구하는 조치 있어야"


성명서에는 국민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말은 없었다. 정부는 “추가 시험을 시행하려면 국민들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밝혔으나 의대생들은 국민에 사과 등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은 집단휴업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줬지만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에 따른 피해가 학생 개인에게 돌아간다”며 “의사 파업과 의대생 집단 행동은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그러나 본인들의 응시 취소로 인해 이미 지난 8일 국시 실기시험이 시작됐는데 원한다고 추가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다른 국가시험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국가시험은 물론, 민간 기업들도 입사시험장에 1분만 지각해도 응시기회를 박탈하는데 유독 의대생에게만 불공평한 재응시 기회를 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국시 취소 접수한 의대생의 시험 재접수 등 구제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이날 기준 57만명이나 동의한 상태다.

정부는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정성과 형평성, 국민들의 여론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부 논의와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며 “그동안 브리핑을 통해 밝혔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성명서 하나 냈다고 응시 기회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학생들의 성명서만으로 추가시험 시행을 결정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의료계 "시험 못 치면 내년 의사 400명뿐... 국민들 피해"


그러나 의대 교수 등 의료계에서는 내년에 2,700여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의료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 돌아가기 때문에 추가 응시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국시에 합격한 신규 의사(일반의)가 3,000명씩 배출되는데, 이들이 시험을 보지 못하면 내년 신규 의사는 400여명밖에 안 된다. 이 경우 섬이나 오지, 시골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지역 병원 인턴들이 부족해진다. 권성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당장은 문제가 없어보여도 내년 의사가 400명만 배출되면 수 년간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추가 시험 실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추석 전에는 추가시험 시행 여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국시 실기시험은 하루 최대 108명까지 치를 수 있어 2,700여명이 모두 시험을 치르려면 늦어도 추석 연휴 다음주부터는 시험을 시행해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시험 일정이 비어있는 11월20일까지 실기시험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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