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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고려대 교수들, 서양음식점 위장 유흥업소서 법인카드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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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려대학교 교수들이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한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사용해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됐다. 최근 3년간 체육특기자 전형에서는 모집요강에 없는 추가모집을 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합격자를 선발했으며, 일반대학원 입학전형에서는 평점표 등 자료를 남겨놓지 않아 중징계를 받았다.

교육부는 24일 고려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과 고려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총 38건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중 2건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1건은 고발 조치했다. 고려대가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개교 이래 처음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기준 학생 수 6000명 이상이면서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16개 사립대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예비 3배수 뽑는다며 4배수로

감사 결과를 보면, 고려대 교수 13명은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1인당 최대 86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중 2625만원은 교내연구비 카드와 행정용 카드를 2~4회 번갈아가며 총 91회에 걸쳐 분할결제했다. 교육부는 11명을 해임·파면·정직 등에 해당하는 중징계 조치하고 2명은 경고했다. 법인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전액 회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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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들이 발견됐다. 고려대는 2018~2020학년도에 럭비 등 5개 종목의 모집요강에 서류평가에서 3배수 내외를 선발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4배수를 선발했다. 배수를 늘려 42명이 서류평가에서 추가로 통과했으며 이들 중 5명은 최종합격했다. 그러나 3배수 내외에 해당하는 수험생은 불합격했다. 교육부는 이 과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관련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대학원 입학전형에서는 부실한 자료 보관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대학원 26개 학과에서 입학전형의 서류평가 및 구술시험 전형 위원별 평점표를 보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평점표는 학과에서 보관해야 하지만 대부분 학과에서 평점표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관리 책임이 있는 대학원 본부에서는 이에 대한 안내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곳곳서 ‘제 식구 감싸기’

직원채용 평가에서는 출신대학에 따라 차등점수를 부여했다. 고대의료원은 94회에 14개 직종 정규직 3225명을 채용하면서 수능배치표 기준으로 지원자별 출신대학에 따라 서류전형 점수를 차등했다. 2018년부터는 출신대학 배점비중 더 확대하기도 했다.

제 식구 감싸기 행태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고려대는 전임교원 신규 채용시 지원자의 석·박사 학위과정을 맡았던 지도교수 총 43명이 채용심사 기초 및 전공심사업무를 봤다. 전임교원 채용과정에서 사실상 제자들을 우선 선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금품수수 문제로 의사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과대학 교수에 대해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고 경고처분만 내린 사실도 있었다.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고 성적을 평가하는 일도 버젓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2018년 각 대학에 자녀가 수강하는 강의를 담당한 교수는 반드시 대학 본부에 사전 신고하고 성적산출 근거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지난해 1월 자체조사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하면서 교수·자녀간 수강한 8건을 조사대상에서 누락했다.

고려대는 교육부의 종합감사결과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회계집행이 있었으나 환수조치가 완료되었다”며 “그외 제도 미비와 부적절한 행정운영에 대해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체육특기자 특별전형 4배수 선발은 동점자와 반올림에 의한 사례이고 대학원 입학전형 위원별 평점표 일부 미보관 건은 규정 및 안내 미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들 사안에 대해서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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