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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천차만별… ‘혼공학교’는 ‘줌학교’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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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수업은 실시간 피드백… 학생·교사 모범적 ‘온라인 공부’

경남 A중학교는 학생들 사이에서 ‘A줌학교’ 소리를 듣는다. 1주일은 등교 수업, 2주일은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온라인 수업 때 6교시 내내 교사가 학생들과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화상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교실처럼 아이들을 대하려고 애쓴다. 교사들은 매 시간 줌에 늦게 접속하는 학생이 있으면 전화해 “얼른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깜빡 늦잠 잤던 아이들도 화들짝 놀라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다. 수업 중엔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학생부터 “잘 모르겠는데 다시 설명해달라”는 아이도 있다. 교사는 수업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교사에게 답을 보내도록 해 일일이 확인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과제를 내고 교사들은 피드백(학생의 행동에 교사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일)을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교실 수업보다 더 힘들다는 아이들 반응까지 나온다. 교사들은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다 잘 참여했는지, 화상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나 휴대폰에 문제 있는 아이는 없는지 등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눈다.

조선일보

온라인수업 실태 조사

◇ 실시간 ‘줌’ 수업이냐 혼자 공부냐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지 6개월, 그동안 A중학교같이 ‘모범적’인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교사에게 피드백 한번 못 받고 온종일 방치된 학생도 수두룩하다. 서울 서대문 B초등학교를 학부모들은 ‘혼공(혼자 공부) 학교’라 부른다. 이 학교 4학년 한 학생은 최근까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교사의 어떤 반응도 받지 못했다. 매일 아침 9시면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 2시간씩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전 과목을 공부한다. 혼자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기록해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놓지만, 교사는 댓글 하나 달지 않는다. 전화나 문자 메시지도 없다. 아이는 자기가 제대로 과제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최근 들어 이 학교는 하루 50분씩 실시간 줌 수업을 시작했다. 언론에서 “교사들은 대체 종일 뭐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 직후였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몇 개월째 혼자 공부하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 민원을 내고 싶어도, 내 아이가 불이익 받을까 봐 못 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오래가면서 ‘줌 학교’와 ‘혼공 학교’ 학생들의 학습 격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번 뒤처진 학습은 나중에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학습뿐 아니라, 아이들이 집에 고립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기술, 정서 발달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같은 혼공 학교를 다녀도 부모가 관심을 쏟는 집은 화상 영어, 방문 학습지 등 사교육을 해서 그나마 나은데, 그러지 않는 가정 자녀들은 온종일 집에서 혼자 컴퓨터 게임 하고 잠만 잔다”고 했다.

◇ 온라인 수업 차이가 격차로 이어져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7월 초·중·고교생 2만1064명과 교사 3860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 내용 이해 정도를 확인한다’고 답한 학생은 52.7%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생은 ‘모르겠다’(26.1%)거나 ‘그렇지 않다’(21.1%)고 답했다.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질문에 즉각 피드백을 해준다’는 대답도 58.8%였고, 나머지 41.2%는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 학력 격차는 해외서도 문제다. 영국 국립교육연구재단이 지난 7월 초·중학교 2200곳의 교사 3000명에게 물었더니, 코로나로 원격 수업이 시작된 후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예년보다 3개월가량 뒤처졌다고 답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뒤처졌고, 가난한 지역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지역 아이들의 학력 격차도 46% 더 커졌다고 대답했다.

한상윤 한국초중교장연합회장은 “원격 수업을 워낙 갑자기 시작하다 보니 교사 연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학교별·교사별 격차가 너무나 큰 데다 일부 교사가 제대로 수업을 하려 해도 다른 교사가 ‘나대지 말라’고 말리는 분위기까지 있다”며 “교육 당국이 꼼꼼한 지침을 주는 등 학교별 수업 질 차이를 줄일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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