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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코로나 피해 상인에 임대료 감액 요구권…재산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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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개정안 오늘 본회의 상정

6개월은 임대료 밀려도 안 쫓겨나

건물주·임차인 간 다툼 커질 우려

공수처법 개정안 법사위 소위 상정

중앙일보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셋째)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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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가 임차인(자영업자)은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한시적으로 6개월간은 임대료가 밀려도 연체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4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임대료 증감청구권 요건을 기존 ‘경제 사정의 변동’에서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수정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법률 규정상 제1급 감염병에 속한다. 다만 임차인의 감액 요구에 임대인이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강제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감액 청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자영업자가 적극적으로 감액 요구를 할 수 있고, 분쟁 조정에서도 입지가 강화된다.

개정안에는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때의 하한선을 못 박지는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행사하면 임대인과의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감액 요구를 수용해 임대료를 깎아줬다가 다시 임대료를 올릴 때는 ‘5% 상한 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영업난으로 임대료가 밀린 자영업자가 쫓겨날 우려를 낮추는 방안도 내놨다. 개정안 시행 후 6개월은 연체기간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향후 6개월 동안은 임대료가 밀렸다는 이유로 임차인이 강제 퇴거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행법은 임차인이 3개월치 임대료를 연체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상가 임차인 권리 강화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4~6월 영업난으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상가 점포 수는 2만1178개(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이른다.

그러나 재산권 침해 우려도 나온다. 임대인 역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마찬가지다. 전국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국내외 관광객이 붐볐던 이태원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약 30%(2분기 기준)에 달한다.

전북 전주시에서 3층짜리 상가를 운영하는 김모(71)씨는 “코로나19로 2, 3층 학원이 모두 문을 닫고 나간 뒤 1층 음식점 한 곳만 남았다”며 “이곳조차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시의 아파트 상가에 투자한 주부 강모(44)씨는 “노후 준비를 위해 대출받아 점포 하나를 샀다”며 “임대료 인상은 5%로 제한하더니 경기가 어렵다고 아예 임대료를 깎아주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정부가 선별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게 맞다”면서 “상가 임차인 보호를 법으로 강제하면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앞으로 계약갱신청구권처럼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놓고 상가 임차인과 임대인 간 분쟁이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회 법사위 1소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갑자기 상정해 회의가 파행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과 관련해 ‘여야 교섭단체가 각 2명 선임’이란 조항을 ‘국회 추천 4인’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제1 야당에 보장했던 처장 후보자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 당초 소위 의사일정에는 이 개정안이 없었는데,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서면으로 추가해 상정되면서 야당이 반발했다. 법사위 측은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유신독재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염지현·김홍범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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