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무사만루에서 삼구삼진, 오재원은 43일째 타점이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20일 LG전 8회말 대타로 나와 만루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는 오재원. 그는 23일 한화전에서도 2삼진으로 부진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3일 한화전 선발 라인업에 오재원(35)을 9번 타자로 올렸다. 오재원은 이번 달 타율 0.143으로 극도로 부진한 상태였다.

이번 시즌 전체로 보아도 타율 0.232, 5홈런 26타점으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부진(타율 0.164, 3홈런 18타점)이 이어지는 분위기.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총액 최대 19억원에 3년 FA 계약을 맺었다.

한화는 1회 브랜든 반즈의 만루 홈런 등으로 5-0으로 앞섰다. 3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오재원은 원볼·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는 5회엔 볼넷을 골라 걸어나갔다. 하지만 두산은 5회에 점수를 뽑아내진 못했다.

오재원에게 기회가 온 것은 6회초. 최주환과 김재호, 허경민의 연속 안타와 오재일의 볼넷 등으로 무사 만루 기회가 생겼다. 두산이 2-6으로 뒤져 있었지만 대량 득점이 나온다면 점수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재원은 헛스윙, 파울, 헛스윙으로 3구 삼진을 당했다. 두산 팬들로선 허무한 결과였다. 두산은 이후 박건우의 안타와 정수빈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보태 4-6까지 따라갔지만 동점을 만들진 못했다. 오재원의 타석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오재원은 다음 이닝에 포수 정상호로 교체됐다. 김태형 감독이 꺼내 든 오재원 카드가 실패로 끝난 것이다. 두산은 이날 9회초 김재환의 2루타로 5-6을 만들었지만, 더는 점수를 내지 못하고 패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2승1무7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9승4무51패로 간신히 5위를 지키고 있지만, ‘가을 야구’를 장담할 수 없다.

오재원의 부진이 뼈아프다. 오재원은 지난 시즌 내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우승을 이끌면서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그리고 올 시즌 새로 FA 계약을 맺고 시즌에 임했지만, 좀처럼 타격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최근엔 스윙 궤적과 공의 차이가 제법 크다. 공을 맞히는 것도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데이터를 보면 오재원의 부진이 눈에 띈다. 오재원의 올 시즌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21이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2009시즌(-0.78)과 지난 시즌(-0.30)을 제외하곤 커리어에서 가장 나쁜 WAR이다. 흔히 팬들이 ‘영양가’라고 표현하는 WPA(승리 확률 기여도)에선 -0.99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340번째다.

최근 가장 정확한 타격 스탯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는 수치가 있다. 조정 득점 창출력(wRC+)이다. 뜻 그대로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나타낸다. 리그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110을 기록한 선수는 평균보다 10% 더 득점 생산을 한 선수다. 오재원의 올 시즌 wRC+는 80.9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보다 득점 생산을 20% 덜 했다는 의미다.

클래식 스탯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재원은 8월 12일 삼성전 이후 43일째 타점이 없다. 이번 시즌 마지막 홈런은 7월 10일 롯데전이다. 출루율이 처음으로 2할대(0.299)까지 떨어졌다.

오재원은 악착같은 플레이와 뛰어난 야구 센스로 두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선수였다. 2015년 팀의 캡틴을 맡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다시 2018년부터 주장이 되어 두산이 작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올해는 주장 완장을 스스로 반납할 만큼 부진이 심각하다. 1·2군을 오르내리던 오재원은 지난 9일 유니폼의 ‘C’자를 뗐다. 이후에도 오재원은 좀처럼 옛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재원이 활기를 잃으면서 최근 두산도 왕조 시절의 위용을 잃어가고 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며 전성기를 누린 두산은 남은 시즌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그리고 오재원은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