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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화, 노출장면 동의 없이 배포한 감독 상대 손해배상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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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초상권 침해' 불법행위 인정...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해야"

오마이뉴스

▲ 방송인 곽현화가 2017년 9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웰빙센터에서 영화 '전망 좋은 집' 이수성 감독이 신체 노출신과 관련해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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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곽현화씨가 자신의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동의 없이 배포한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83단독 이예림 판사는 23일 곽씨가 영화 <전망좋은집>의 감독인 이수성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2012년 5월 영화 <전망 좋은 집> 촬영 당시 "일단 찍어두고 편집 단계에서 빼달라고 하면 빼주겠다"라고 말하며 곽씨의 노출 장면을 찍었다. 이후 곽씨는 노출 장면을 영화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고, 영화는 2012년 10월에 노출 장면을 빼고 개봉했다.

그러나 2013년 11월 이씨는 곽씨의 노출 장면을 포함한 영화의 무삭제판을 IPTV(인터넷TV) 등에 유료로 배포했다. 이에 대해 곽씨는 2017년 4월 인격권(초상권) 침해와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재판부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 "감독은 무삭제판 반포 권한 없어"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의 무삭제판을 반포함으로써 원고인 곽씨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노출 장면 촬영 당시 결과물에 대한 반포 등 사용까지 동의하거나 허락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오히려 노출 장면 사용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피고가 촬영을 마친 후 편집 단계에서 다시 협의할 것을 예정하고 촬영에 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영화 계약서에는 노출 수위나 부위 등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가 제공한 노출 연기의 내용은 구체적인 합의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라며 "사건 계약상 촬영 결과물이 원칙적으로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 동의를 유보한 채 촬영하기로 합의하였다면 구체적인 합의가 우선한다"라고 보았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피고의 사과 내용을 봤을 때)피고도 원고의 노출 장면에 대한 사용 동의가 없었고 노출 장면을 사용하려면 원고의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고의 노출 장면 사용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피고가 입증하지 않는 이상, 노출 장면이 촬영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에게 원고의 노출 장면을 포함한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의 반포 권한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곽씨가 무고와 명예훼손을 했다며, 2018년 8월 이씨가 곽씨를 상대로 1억 582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반소(맞소송)에 대해서는 "고소한 것이 무고에 해당한다거나, 원고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인격권,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된 사건... '이정표' 되는 판결"

이번 사건에서는 형사와 민사의 판결이 엇갈렸다. 곽씨는 2014년 7월에 이씨를 성폭력 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이씨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 상고 또한 기각됐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의사 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문헌대로 의사 표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확립된 법리"라며 "해당 계약서에 노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이상, 피해자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가 유죄라는 확신을 갖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곽씨는 이씨로부터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에 대해선 모두 혐의없음 또는 각하 처분을 받았다.

곽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형사재판의 경우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고, 영상물 등과 관련한 최근의 범죄 양상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가 없는 판결이 나왔다"라며 "인격권,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사건임에도, 형사재판의 무죄 판결 이후 곽현화씨는 2차가해에 시달리면서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선 "민사 법원 안에서도 재판부가 바뀌면서 3년 5개월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다"라며 "금액적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사건의 위법성이 인정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영상 콘텐츠와 관련해 배우들이 갖는 권리에 대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디지털 구조에서의 영상물 배포가 문제 되는 경우, '범죄'로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가 고통 받고 있는 비슷한 사건들이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 심증은 있지만 '증거 불충분' 등 범죄를 인정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며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는 민사상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법원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기자(sometimes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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