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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디지털 사전연수'…국민은행 채용, 왜 비판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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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국민은행이 1차 서류 전형에서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채용 갑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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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전연수' 지난해 하나은행서 처음 도입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B국민은행이 '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이자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 절차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문제가 된 '디지털 사전연수'와 관련해 하나은행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국민은행은 '갑질'이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자사 홈페이지에 '2020년 KB국민은행 신입행원(L1)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공고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으로 유니버셜 뱅커(UB) 신입, 전문직과 디지털 등 분야에서 약 200명을 뽑는다. 전형은 서류, 필기, 1차면접, 2차 면접 등으로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신입행원 채용 절차는 서류·필기·면접 전형으로 큰 갈래는 예년과 같지만, 서류전형에 '디지털 사전 과제'와 '디지털 연수'가 신설됐다. 국민은행은 채용공고에서 지원서 접수 시 디지털 사전과제를 제출하고 지원서 접수 후 10일 내에 총 24시간의 디지털 사전연수를 의무 이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사전 과제란, 서류 전형에서 디지털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과제다. 일례로는 국민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발전 방향 등을 담은 3~5페이지 보고서 제출이 제시됐다. 디지털 사전 과제는 추후 1차 실무진 면접 전형 시 PT 면접을 통해 발표해야 한다.

디지털 연수는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인 톱싯(TOPCIT) 의무이수를 말한다. 톱싯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종사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요구사항에 따른 과제를 해결하도록 요구되는 핵심 지식·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평가제도다. 올해 화두가 된 디지털 핵심 기술이나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에 관한 내용이 위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공고가 나오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채용 갑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서류합격 여부를 알기도 전에 디지털 사전 연수를 듣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디지털 전문가 전형도 아닌 일반 행원 선발 전형에서부터 요구할 내용은 아니지 않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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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이자 채용공고를 낸 지 만 하루도 안 돼 전형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채용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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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디지털 사전연수' 관련 국민은행이 유독 취준생들의 쓴소리를 받고 있는 배경에 대해 주목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 중 하나인 '디지털 사전연수'의 경우 국민은행이 처음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전연수는 지난해 하나은행 공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전형에 '디지털 사전연수'를 도입했다.

다만, 하나은행은 이번 문제가 된 국민은행과는 다르게 서류전형 통과자에 한해 톱싯 기반 객관식 문제 등을 출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트렌드가 '디지털'인 만큼 신입행원들에게 필요한 역량인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로 채용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서류전형에 이러한 역량을 요구하면서 채용 문턱을 높였다는 점이 지원자들의 불만을 산 것이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한편, 논란이 일자 국민은행은 채용공고를 낸 지 만 하루도 안 돼 전형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문제의 디지털 사전과제와 디지털 사전연수 과정을 1차 면접 대상자에 한해 요구하기로 채용 절차를 변경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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