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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머스크 `배터리 독립` 선언했지만…`꿈의 배터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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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배터리데이 ◆

매일경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야외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장에서는 테슬라 `모델3` 차량에 탑승한 투자자 240명이 머스크 CEO 발언에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27만명이 영상을 시청했다. [사진 제공 =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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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더 많이 만들어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만들겠다.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겠다."

23일(한국시간) 열린 테슬라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가 한국 배터리 산업계에 던진 메시지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이날 배터리데이에서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꿈의 배터리' 기술은 공개되지 않았다.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과한 기대가 형성됐던 까닭에 주가도 떨어졌다. 하지만 배터리의 시장가격을 떨어뜨릴 구체적 계획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엔지니어와 함께 나와 27만명의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배터리 업계에도 파문을 던졌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는 휘발유차보다 값이 싸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기존 배터리 업계를 긴장에 떨게 하는 가격 인하·대량생산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금 테슬라 자동차 제품에 넣고 있는 배터리보다 56%나 더 싼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생산능력도 한국 3사가 만드는 양(시간당 120GW)의 83% 정도 되는 시간당 100GW(기가와트)만큼을 2년 안에 갖출 것이라고 목표 설정을 했다. 나아가 2030년까지는 시간당 3TW(테라와트)의 무시무시한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머스크 CEO는 "일반 회사들은 커지면 느려진다"며 "하지만 테슬라는 커질수록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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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발언들은 테슬라 입장에서 보면 배터리 공급 부족 때문에 가격 인상 압력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바로 테슬라다. 전량을 일본 파나소닉, 한국 LG화학, 중국 CATL 등에서 사오고 있다. 이들 3사에 휘둘릴 경우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전기차를 휘발유차보다 싸게 만들겠다는 테슬라의 목표는 영영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이날 밝힌 목표대로 2년 내 자체 배터리 생산 기술과 대량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배터리 산업 판도는 확 바뀐다. 배터리 업계를 테슬라가 주도하게 되고, 기존 배터리 회사들은 테슬라를 크게 뛰어넘는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지 않는 한 끌려가는 입장이 되는 셈이다. 반면 테슬라 입장에서는 배터리부터 차량,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모든 것을 수직계열화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솔린 차량보다 값이 싼 전기차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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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주주총회를 겸해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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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테슬라가 발표한 배터리 혁신 기술들은 시장에서 기대하던 것보다는 그 수위가 낮았다. 꿈의 배터리라고 하는 전고체 배터리, 나노와이어를 활용한 음극재 개발, 100만마일을 달리는 배터리 등과 같은 획기적인 제품들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높은 기대를 형성했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앞으로 더 큰 관심사는 이날 발표된 기술들이 실제 얼마나 상용화될 수 있느냐다. 머스크 CEO는 "오늘 발표한 것들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서도 "공정혁신에 강점을 갖고 있는 테슬라이기 때문에 어렵지만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기술들은 상당 부분 공정혁신과 관련이 있었다. 차체를 그 자체로 배터리셀(건전지)들을 담는 팩으로 만든다는 구상이 한 예다. 비행기 제조회사들은 과거에는 비행기 날개 안에 연료통을 넣어 왔지만, 오늘날은 날개 그 자체를 연료통으로 쓰고 있다. 같은 개념으로 차량의 몸체를 그 자체로 연료통으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가로 46㎜, 세로 80㎜ 배터리도 공정혁신이 관건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중에서 배터리 가격을 낮추면서 이동거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최적화된 배터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이미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신기술'에 버금가는 발표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서울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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