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서 3~5페이지 보고서 제출 요구
24시간짜리 온라인 디지털교육도 마쳐야
취준생 반발에 1차면접 대상자만 진행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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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에 나선 KB국민은행이 서류 전형부터 지원자들에게 과도한 과제를 요구했다가 ‘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은행은 공고 하루 만에 채용 절차를 바꾸고 문제가 된 디지털 과제 제출과 연수 절차를 1차 면접 대상자에 한해 진행하기로 했다.
발단은 국민은행이 지난 22일 자사 채용 홈페이지에 띄운 ‘2020년 신입행원(L1) 채용 공고’다. 채용 절차는 △지원서 접수 △서류전형 △필기전형 △1차 면접 △2차 면접의 총 5단계로 진행된다.
문제는 첫 단계인 지원서 접수에서부터 국민은행이 지원자에게 이례적으로 많은 과제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국민은행은 지원서 접수와 서류 전형 단계에 각각 ‘디지털 사전과제’와 ‘디지털 연수’ 절차를 새로 추가했다. 서류 접수 때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외에도 국민은행의 디지털금융 서비스 3가지 중 하나를 골라 △서비스 현황 △강·약점 △개선방향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3~5페이지 분량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1차 면접 때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안내했다.
국민은행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짐에 따라 지원자의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채용 갑질” “기획안을 무료로 공모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채용 심사의 가장 첫 단계인 서류 심사에서부터 기획 보고서를 요구하는 것은 지원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란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원서 접수 후에도 디지털 연수 절차를 신설해 총 24~31시간짜리 온라인 디지털교육과정(TOPCIT·탑싯)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것도 논란을 샀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공채 전형에서 탑싯 기반 문제를 출제한 바 있지만 이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치르는 필기시험에서였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역량검사까지 마쳐야 필기 전형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모든 과제를 완료해도 서류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 금융권 취업준비생은 “현직자도 녹록지 않을 과제를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판이 이어지자 국민은행은 공지 하루 만인 23일 오후 채용 공고를 철회하고 채용 절차를 일부 수정한 공고를 새로 냈다. 디지털 사전과제 제출과 디지털 연수 이수는 필기전형까지 합격한 1차 면접 대상자에 한해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도 서류 전형부터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최대한 신속하게 채용 공고를 수정해 공지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채용으로 200여명 규모의 행원을 채용한다. 모집 부문은 △신입 유니버셜 뱅커(UB)(개인금융·기업금융 직무 통합) △신입 IT △신입 디지털 3개 분야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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