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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대 이하" "무섭다"…테슬라 배터리데이,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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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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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



"깜짝 놀랄 만한 신기술은 없었다. 기대 이하였다"

"원가절감, 생산능력 확충 등 손에 잡히는 수치와 계획이 나왔다. 무섭다"

"하이니켈 기술을 중시해 해당 기술력이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본다"

23일 새벽,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테슬라의 사상 첫 '배터리데이'가 끝난 뒤 국내 관련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졌다. 전고체 배터리나 100만마일 배터리 같은 '깜짝' 신기술 발표는 없었지만 △18개월~3년 내 배터리 제조비용의 56% 절감 △이를 통한 2만5000달러 수준의 '반값 전기차' 생산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3테라와트시(TWh)로 늘리겠다는 선언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하이니켈 기술 같은 소재기술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들린다.


배터리 공급 부족 전망·하이니켈 기술 중시는 K배터리에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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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슬라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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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공급 부족인 상황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파나소닉, LG화학, CATL과의 기존 협력관계를 지속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파나소닉, LG화학, CATL, 그리고 아마 다른 파트너들로부터 배터리 공급을 줄이지 않고 늘릴 계획"이라며 "공급사들이 생산에 최대 스피드를 내더라도 여전히 2022년까지 공급부족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것과 상통하는 내용이다.

양극재 원료를 설명할 때는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분야 기술력을 이미 갖춘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머스크는 "(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배터리 구성 요소인)코발트 함량을 축소할 것"이라며 "니켈을 더 많이 넣어달라,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 에너지 밀도가 좋아져 주행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이미 테슬라의 거래선인 LG화학은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89~90%에 달하고 비싼 코발트는 5% 이하로 줄인 NCMA 배터리를 개발했다.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 88%인 배터리를 내년부터 본격 양산 계획이고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NCM 9·1/2·1/2(구반반) 양극재 채택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비용 56% 절감·테슬라의 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는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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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테슬라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 야외에 마련된 주주총회 현장/사진=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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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이날 상당 시간 공들여 설명한 배터리 비용 절감도 국내 업체들의 관심 대상이다. 전체 전기차 비용에서 현재 25~3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터리 제조 비용을 어떻게 줄이냐는 배터리 업체의 수익성과 공급 확대에 결정적이다.

테슬라는 1년6개월~3년 내에 배터리 비용을 56%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출시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이를 실현할 △셀 디자인 △셀 공정기술 △실리콘 음극재 △양극재·공정 개선 △배터리 공정 통합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 경우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장할 것이란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테슬라가 이 같은 목표를 위해 배터리 업체들에게 단가 인하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이날 중국의 CATL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원가를 낮추기 위해 결국 CATL이 생산하는 값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170만대분 배터리 만들 수 있느냐도 '의문'

테슬라가 2022년까지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T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언급한 것도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다. 테슬라는 이를 자체 생산(internal self production)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그 수치가 폭증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배터리 부품사와 협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LG화학이 올해 말까지 100GWh의 생산능력 확충을 예고한 상황에서 배터리 양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가 자력으로 2022년까지 이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100기가와트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1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구체적 계획을 알 수 없지만 배터리를 자체 조달한다면 그만큼 내재화하겠다는 뜻이니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게 아닌, 그만큼 배터리 시장이 급증할 것이란 상징적 의미에서의 수치라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배터리 관련 익명게시판에는 "테슬라가 미쳤다"며 "전기차용 배터리를 소재부터 셀, 양산, 재활용, 포장까지 다 뜯어보고 재설계했는데 기존 회사들이 덩치 키우는 파충류라면 테슬라는 포유류가 새로 등판한 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이날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모델도 제시됐다. 머스크는 "4680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새롭고 큰 원통형 배터리셀은 기존 제품 대비 5배 더 많은 에너지, 6배 더 많은 출력, 16%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파나소닉으로부터 2008년에 1865, 2017년에 2170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앞의 숫자 2개는 지름을, 뒤의 숫자 2개는 길이를 뜻한다. 즉 4680 배터리는 지름 46mm, 길이 80mm로 늘린 원통형 배터리란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날의 주주총회는 온라인 생중계로 열렸는데 테슬라 유튜브 계정에는 27만명이 동시 접속했다. 발표 무대가 설치됐던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에는 테슬라가 미리 준비한 모델3 차량에 240명만이 참석, 탑승한 채 현장을 지켜봤다. 행사는 한국 시간 23일 오전 5시30분부터 8시까지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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