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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신성약품 "땅바닥에 백신 상자 두고 냉장차 문 열어둬…우리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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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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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22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지난 21일 오후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 유통 중 상온 노출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접종된 사례 중에는 이상 반응 신고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서 본 독감 백신 앰플의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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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용 백신 일부의 유통 과정서 문제가 생겨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국가 독감백신 조달을 맡은 김진문 신성약품 회장은 "모든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인정했다.

김 회장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께 송구하고 질병관리청의 조사와 향후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아무쪼록 납품된 백신들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백신 접종이 그나마 차질없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콜드체인서, 백신 상온 노출"…"종이 상자는 문제 없어"



앞서 신성약품이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온도(냉장 2~8℃)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부 위탁배송 업체가 냉장차를 통해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기준 온도를 벗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백신을 생산·수입하는 제조·수입업체와 유통하는 도매상,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의료기관 모두 백신의 수송, 입고, 보관까지 적절한 보관 장비를 통해 관리해야 하는 '콜드체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일부 물량의 배송을 의약품물류전문기업 S사에 맡겼다. S사는 1t 트럭으로 의약품을 배송하는 지역별 물류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김 회장은 "1t 트럭이 병원에 백신을 배송하는 마지막 콜드체인에서, 일부 백신이 짧은 시간 상온에 노출됐다"며 "일부 업체가 땅바닥에 그대로 백신 상자를 두거나 냉장차 문이 열려있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을 종이 상자에 담아 납품했다는 제보와 관련, 김 회장은 "오해가 있다. 백신 제조사에서 우리 업체로 백신 수 만병이 올 때도 종이박스 형태로 배달된다. 2~8도로 유지되는 냉장차로 운송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백신을 아이스박스에 포장하면 오히려 냉매가 녹아 백신이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대규모 물량 맡은 건 처음…배송 준비 기간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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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조달 업체의 유통과정 문제로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22일 경기 수원 한국건강관리협회에 접종 중단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수원(경기)=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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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국가 독감백신 조달 사업에 참여했다. 당초 백신 구매 입찰 2순위 업체였으나, 1순위 업체가 공급 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해 신성약품이 올해 조달 계약을 따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이때까지 백신 공공 물량은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백신 유통업체들이 맡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이들 업체가 입찰 담합 등에 연루되면서 올해 입찰에 제대로 참여할 사정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올해 독감백신 국가 접종 사업의 물량이 늘었다. 그래서 우리처럼 규모가 큰 업체가 맡아도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1000만명이 넘는 대규모 물량을 맡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아쉬운 게 있다면 백신 배송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며 "(9월4일에 계약했는데) 당장 9월8일부터 백신 배송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배송 업체를 선정할 시간이 짧다 보니 콜드 체인을 끝까지 못 챙겼다"고 하소연했다.


"정치권 연루설? 사실무근"…질병청 계약지속여부 검토 중



백신 조달가격이 시중 판매가격보다 낮았다는 지적과 관련, 김 회장은 "가격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정부 하는 일에 입찰자가 가격을 후려쳤다는 자세로 낙찰을 받으면 안 된다.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을 보고 입찰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성약품이 고위 정치권으로부터 향후 공공물량의 백신 유통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이번 사업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설에 대해 김 회장은 "꿈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근거 없는 소문이고 황당한 얘기다. 사실무근이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신성약품의 백신 공급을 중단하고 유통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에 대해 조사 중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 품질검사와 관계부처 합동조사를 통해 신성약품과의 계약지속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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