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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치권 심판한 이탈리아, 345명 의원 자르고 7000억 혈세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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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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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위치한 이탈리아 의회/사진=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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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국회의원 수 3분의 1 감축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 정서는 여러 나라에 만연해 있지만, 의원 수 감축이 현실화된 사례는 흔치 않아서다. '정치혐오'라면 여느 국가에 뒤지지 않는 한국에서도 이탈리아 결단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 줄었다...70% 찬성

20∼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국민투표 개표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의 찬성으로 국회의원 수 30% 이상을 줄이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조정된다. 상·하원 합쳐 345명, 기존 정수 대비 36.1%를 줄이는 대대적인 개혁이다. 감축안은 작년 상·하원을 통과했지만 일부 현직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해 국민투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탈리아의 의원 감축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1983년 이래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탈리아 국회는 양원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입법할 수 있는데,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2016년 마테오 렌치 내각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이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단원제'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59%의 반대로 부결됐다.


왜 줄였나…"의원 1000명, 너무 많다"

개헌을 주도한 반체제·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내세운 명분은 정치권에 쓰이는 세금을 줄여 저효율·고비용 의회 구조를 혁신하자는 것이었다. 오성운동은 발의안대로 의원 수가 감소하면,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무려 5억유로(6889억원)의 세금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탈리아 국회의원의 상대적 '고임금'도 의원 수 감축에 힘을 보태는 이유였다. 앞서 이탈리아 의회는 월급을 깎자는 제안을 거부했는데 국회의원은 매달 약 1만1773달러(약 1372만원) 받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는 영국보다 50% 높은 수준이다.

의원 수도 주요 선진국보다 많다. 이탈리아 국민 10만명 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 많다. 한국(0.58명)의 3배다.


숨은 이유는…정치권 '부패·환멸'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에야말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열망도 의원 수 감축을 현실로 이끌어낸 배경이다.

BBC 등 외신은 이번 의원 수 감축이 기성정치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낳은 '심판' 정서라 분석했다. 이탈리아 내 '정치혐오'의 대명사는 총 4번의 총리직을 수행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그는 세금 횡령에다 미성년자 성매매 등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국민 반감을 키웠다.

부패한 정치권을 심판하고 새 정치를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창당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인기도 같은 이유다. 오성운동은 2018년 북부동맹과 연정을 통해 현 주세페 콘테 내각의 연립정당으로 성장했다. 오성우동 등이 주도하는 현 내각과 주세페 콘테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57%, 60%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견고하다.

김현지A 기자 local9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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