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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종전선언' 다시 꺼낸 文대통령…한반도 평화 절박성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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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기조연설 화두로…'하노이 노딜' 이후 처음

판문점 선언의 상징…남북관계 복원, 합의 이행 의지

美北, 호응 난망…구체적 구상보단 당위적 선언 해석도

뉴시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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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의 주요 화두로 종전선언을 다시 꺼낸 것은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의지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4·27 판문점 선언의 상징인 종전선언을 환기하는 것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이라는 기존 한반도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26분(한국시각·미국 동부시각 22일 오후 12시26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하노이 노딜과 함께 사실상 '용도 폐기' 됐던 종전선언의 개념을 다시 화두로 꺼낸 것은 다분히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평가된다. 남북 정상 간 첫 합의인 4·27 판문점 선언 속 상징을 언급하는 것으로 등돌린 북한을 움직여보겠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4·27 판문점 선언 속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상호 간의 노력을 약속한 3조3항에서 종전선언의 적극 추진 의사를 명시적으로 담았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문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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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피해복구 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13일 방송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09.13.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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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개최 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개념으로 종전선언이 주목 받으며 문 대통령이 가장 강한 실현 의지를 보였었다. 비핵화 협상의 역진 불가능성을 확인하고,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정치적 선언 성격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데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9·19 평양 선언 도출 직후 찾은 2년 전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핵심 화두도 종전선언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미국 조야를 중심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 중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선언의 주체를 3자로 할 것인지, 4자로 할 것인지에 대한 형식 논리에 갇혀 협상 카드로서의 생명을 잃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했던 신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의 이행 전망에 대한 질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하노이 노딜'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공개석상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일은 없었다.

지난해 74차 유엔총회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구상,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평화 경제론' 등 기존 대북 메시지를 반복했지만 이미 교착상태가 굳어진 남북관계를 복원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4·27 판문점 선언 속 다른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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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스완턴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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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앞에서 국제사회가 전통적 군사 안보가 아닌 포괄적 안보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변화된 안보 개념에 따른 접근법에 따라 북한을 다자협력의 틀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자국의 국토를 지키는 전통적인 안보에서 포괄적 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다.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며,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새롭게 제안했다. 코로나19를 매개로 남북 간 방역·보건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자 다자협력의 틀로 범위를 확대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연설에 담은 종전선언,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두 가지 모두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냉정한 시각도 있다. 미국과 북한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대북 구상보다는 당위성 측면의 선언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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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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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데에는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의 정치 상황, 북한이 새 국가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 발표하는 8차 당대회를 내년 1월로 예고한 상황을 감안할 때 북미 양측에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9·19평양공동선언 2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남북관계를 '역사 속 뿌려진 씨앗'에 비유하면서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소회가 가득하다"고 적은 것도 한 번 식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돌리기 어렵다는 한계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지난해 연설을 거론하며 "지난해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도 여러분께 밝혔지만, 지금도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됐다"고 한 것도 이뤄지지 않은 평화 구상에 대한 성찰적 인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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