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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엔, 중국에 코로나 책임 물어야”…시진핑 “정치화 안 돼”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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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차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중국 책임론 거듭 제기

“우리는 백신 보급해 바이러스 물리칠 것”

트럼프, 4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언급 안 해

시진핑은 “코로나19에 각국 연대 강화해야”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75차 유엔총회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영상은 사전 녹화된 것이다. UN TV 화면 갈무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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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각)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중국 책임론을 놓고 부딪쳤다. 다만, 노골적 ‘중국 때리기’와 ‘미국 우선주의’에 목소리를 높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자제한 채 코로나19의 정치화를 경계하면서 ‘다자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75차 유엔총회에서, 전날 녹화한 7분짜리 영상을 통해 연설했다. 그는 연설 첫머리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과 유엔 창설 75년 뒤 우리는 다시 한 번 거대한 전 세계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188개국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중국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맹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바이러스 초기에 국내적으로는 이동을 봉쇄하면서 비행기들이 중국에서 밖으로 나가서 세계를 감염시키는 것을 허용했다”며 “자신들은 국내선 비행편을 취소하고 국민을 봉쇄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취한 여행금지를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실상 중국에 의해 지배된다”고 거듭 비난하면서 “중국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의) 사람 대 사람 전파의 증거는 없다고 거짓 선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 후 그들은 무증상 사람들은 질병을 퍼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며 “유엔은 중국에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독성 수은 배출량이 많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미국의 두 배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의 만연한 오염을 무시한 채 미국의 예외적인 환경 기록을 공격하는 이들은 환경에 관심이 없다”며 “그들은 미국을 응징하고 싶어할 뿐이다. 나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신속하게 인공호흡기를 증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서 “우리는 백신을 보급할 것이고,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이며, 팬데믹(질병의 대유행)을 종식할 것이며, 밝은 미래를 추구하면서 전례 없는 번영과 협력, 평화의 새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유엔이 효율적인 조직이 되려면 세계의 진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여기엔 테러리즘, 여성 억압, 강제 노동, 마약 밀매, 인신 및 성매매, 종교적 박해, 종교적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 청소가 포함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중재로 맺어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아랍에미리트, 바레인)와의 평화 협정, 이란 핵 합의 탈퇴, 국제 테러리스트 제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등을 언급하면서 중동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자랑했다. 그는 “미국은 ‘피스 메이커’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힘을 통한 평화’”라며 미국의 군사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에 없이 강하고, 무기는 전에 없이 진화한 수준에 있다”며 “나는 다만 우리가 그걸 결코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으로서 나는 과거의 실패한 접근법을 거부했다. 마치 여러분이 여러분 나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나는 자랑스럽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그것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번째 연사였던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네번째 연사로 나선 시 주석 역시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발언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국제 코로나19 방역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강조하면서 “코로나19에 우리는 손 잡고 더 큰 국제적인 도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이 문제(코로나19)를 정치화하거나 낙인찍기를 하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 책임론을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과학을 따라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에 지도적 역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역시 미국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국가 간에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대화를 통한 미-중 갈등 해결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패권이나 세력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나라와도 냉전이나 열전을 벌일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세계화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역사의 조류”라며 “개방과 포용의 이념을 계승해 개방형 세계 경제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홍콩 자치권, 대만 독립,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화웨이·틱톡 등 기술기업 규제, 비자 제한 등 전방위에 걸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네 번째인 이날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세 차례 연설에서 “완전한 파괴”(2017년), “북한과 대화 중”(2018년), “북한 비핵화해야”(2019년) 등 매번 북한을 다뤘지만, 올해는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미 대화 교착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현상 유지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뉴욕 유엔총회장에서의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처음으로 만나서 북한 억류 미국인을 송환했고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중단됐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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