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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체제 약화.. 징용 문제 강경하게 나갈 것" [日 지식인들이 본 스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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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정진 쓰다주쿠대 교수
日, 호주·인도와 결속 다지기 주력
한·일관계 특별히 나아질 것 없어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금의 한·미·일 3각 공조체제는 말하자면, 뼈대만 남은 셈이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국제관계학· 사진)는 "일본 외교에서 한·미·일 3각 관계를 보는 시각은 이미 아베 정권 시기부터 변해왔다"며 "이를 냉철히 파악하는 게 스가 요시히데 정권의 한반도 정책을 읽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2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아베 정권이 한국을 전략물자수출통제제도상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한·미·일 질서가 재편돼 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을 안보면에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한 것, 여기에 한·일 양자 관계에 대한 미국의 개입방식이 달라지면서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 질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아베 정권은 2차 내각 출범(2012년 12월)이래 장기적인 지역전략 속에 점진적으로 한·일 관계를 재배치하는 구상을 해 왔고,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 초계기 갈등, 특히 징용배상 판결 등을 겪으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한·일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 더 이상 미국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문재인 정권에서 대일외교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린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아베·스가 정권에서도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재평가됐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관계 개선의 유인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그는 "일본 외교에 있어 한국이 가지는 의미가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곧 대한반도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전제하지 않는 독자적인 대북접근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 정도로 한국은 '당장에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스가 정권은 정권 출범과 동시에 미·일 동맹을 축으로 여기에 호주·인도가 가세한 '인도·태평양' 그룹의 결속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미·일 3각 공조라는 기존 틀은 뒷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한국 쪽 움직임이 없는 한, 스가 내각이 출범했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스가 총리가 설령 총선 압승으로 재임 가능성을 높이고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된다고 해도,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타협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일 한국 내에서 징용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매각조치(현금화)가 이뤄진다면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반드시 취할 것"이라고 봤다. "일부 식자층,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들은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금화 문제에 관한한 일본 국민들의 정서에는 좌우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현 상황은 서로에 대한 전략공유의 부재로 요약된다"며 "한국의 장기 외교구상 속에 일본을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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