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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 '이란 때리기'에 중국만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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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든 유엔 회원국에 이란 제재 복원 강제

韓·유럽 이란 철수 이후 中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

"美 늑대, 中 개미, 둘다 나쁘지만 개미는 겁 안나"

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가운데)이 이란의 유엔 제재 복원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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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강화가 중국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이란 핵·미사일 개발 관련 단체와 개인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사국의 반대에도 유엔의 대(對)이란 제재 스냅백을 일방적으로 선언한지 이틀 만이다.

21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JCPOA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 스냅백에 동참하지 않는 유엔 회원국은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CPOA 당사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전날 20일 외무장관 명의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스냅백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공개 반대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제재는 JCPOA 당사국에게 무조건적인 동참을 강요한 셈이다.

미국 고위 관리는 NYT에 이번 제재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간 관계 정상화 협정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란을 공통 적성국으로 두고 있는 이스라엘과 친미·반(反)이란 수니파 이슬람 국가간 관계 정상화를 주선하고 있다.

UAE와 바레인 등 친미·반이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그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 지역내 영향력 확대를 막고자 이스라엘과 손을 잡았다.

이란은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에도 외교적 성명전을 벌이는 것 이외 물리적인 충돌은 회피하는 모양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제재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부양하고 JCPOA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유럽을 대체할 교역 상대를 구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에 손을 벌리고 있다.

이란 관영 IRNA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21일 미국 외교협회(CFR) 화상대담에서 미국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란은 JCPOA를 국제협정으로서 존중한다. 이란은 그 어떤 국가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천명했지만 이란 보수세력과 개혁세력 모두 미국의 제재 이후 러시아와 중국, 특히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이란과 교역을 지속하고 있다. 이란 보수층은 서구세력에 적대적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경향이 짙다. 개혁층은 유럽에 긍정적이지만 JCPOA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중국과 협상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정부에게도 이른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만들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파키스탄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란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지역 거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6년 이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FT는 그 근거로 이란과 중국이 양국 관계를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 위한 맺은 25개년 종합계획을 들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해양은 물론 에너지와 석유화학, 기술, 군사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이 추진된다. 이란은 이 계획을 지난 6월 승인했고, 중국은 아직 상정하지 않고 있다.

이란 전문가인 사예드 라일라즈는 "중국은 지난 몇년간 이란의 정치적 안정, 안보, 독립에 관여하지 않고 영향력을 강화해왔다"며 "이는 이란 내정에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는 미국, 러시아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JCPOA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한 이후 한국과 유럽 등 대부분 국가가 이란에서 철수하면서 빈자리를 중국이 메꿨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란에 테헤란에 지하철 객차 630량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라일라즈는 "이란 버스회사들은 여전히 독일산 버스를 수입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의 제재로)중국산 버스 이외에는 살 수 없는 현실"이라고 중국이 얻은 어부지리를 전했다.

이란 관세청에 따르면 양국간 교역량은 지난해(이란력 기준) 207억 달러로 이란 전체 교역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접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은 제외한 수치다.

이란 정권 내부 관계자는 FT에 이란이 미국과 중국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이란은 미국을 거대한 늑대로, 중국은 개미 무리로 여긴다"며 "둘다 고립된 국가(이란)의 저장고를 축내지만 늑대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개미를 겁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국이 유엔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을 일방 선언한 것과 관련해 맞대응을 예고했다. 사진은 이란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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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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