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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니콜라 창업자 밀턴 사임에 월가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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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수소전기차 회사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지난해 12월2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니콜라의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토리노|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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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소전기차 회사 니콜라를 둘러싼 ‘사기 논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사기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39)이 의사회 의장에서 전격 사임하면서다. 밀턴 의장의 사임 소식에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니콜라 주식은 19.3% 폭락해 27.58달러로 마감했다. 월가에서는 니콜라의 미래를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밀턴은 전날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했으며, GM 부회장 출신인 스티븐 거스키 이사가 의장직을 맡기로 했다. 밀턴은 성명에서 “니콜라는 내 핏속에 있고 영원히 그럴 것이지만 초점은 회사이지 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기 논란’의 당사자인 본인이 물러남으로써 회사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사기 논란’은 지난 10일 힌덴버그 리서치라는 금융 분석 업체가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사례”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보고서엔 니콜라가 ‘도로 위를 달리는 수소전기 트럭 영상을 찍기 위해 트럭을 언덕 위로 견인했다가 굴렸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니콜라는 자사 주식을 공매도(주가 하락 시 이익이 발생하는 투자 방식)한 힌덴버그 측의 시세 조종 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트럭이 움직이는 영상엔 ‘자체추진 중’, ‘동력전달장치 작동 중’이란 표현을 넣지 않았다면서 3년 전 시제품으로 찍은 영상으로 자신들을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증권당국인 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들어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게다가 밀턴의 성추행 의혹도 불거졌다.

밀턴 의장의 사임에 월가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니콜라에 대한 전망을 두고는 투자자들의 해석이 갈린다. 이날 미 경제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증권사 5곳의 이날 현재 니콜라 목표주가는 평균 47.50달러다. 현 주가보다 72%가량 높다. 3곳은 투자의견을 ‘중립’(hold), 2곳은 ‘매수’(buy)로 제시하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밀턴이 회사 비전을 추진하는 데 전략적으로 핵심 역할을 맡아온 상황에서 그의 사임은 월가에서도 치명타로 인식될 것”이라며 “니콜라는 여전히 믿음을 주지 못하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아이브스는 니콜라에 대해 45달러의 목표주가에 ‘중립’ 투자의견을 제시해왔다.

JP모건 애널리스트인 폴 코스터는 이날 목표주가를 45달러에서 41달러로 내리면서 투자의견은 종전처럼 ‘매수’로 제시했다. 코스터는 “밀턴의 사임이 그가 맺어놓은 협력관계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당장 직원들의 사기도 취약하겠지만 새 의장이 다음 단계의 니콜라에는 더 적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밀턴은 경영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현재도 니콜라의 지분을 20% 넘게 보유한 대주주다. 중요한 것은 GM, 보쉬 등의 반응이다. 2015년 밀턴이 설립한 니콜라는 올해 6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됐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면서 한때 포드 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수소전기차량을 상업 생산하지 않고 있어 니콜라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런 시선을 거둬낸 것이 GM의 투자였다. 지난 8일 GM은 니콜라의 지분 11%를 취득하고 니콜라의 픽업트럭 ‘배저’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당시 니콜라 주가는 40% 가량 급등했다. 현재까지 GM과 보쉬는 니콜라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술력 검증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니콜라가 자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는 주장과 달리, 첫 세미트럭 모델에 외부 업체의 배터리를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콜라를 둘러싼 논란은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밀턴 사임 후 니콜라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도 하루 만에 300억원대의 손실을 보게 됐다. 지난 2018년 1억달러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한 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 주가도 21일 국내 증시에서 7.40% 급락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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