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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해외여행 못 가서 자동차 샀지만…한은 "민간소비 회복 더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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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으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수도권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장만하는 '대체소비'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민간소비의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일보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최근 소비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요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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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최근 소비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전망'에서 이러한 전망을 내놨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민간소비의 지표인 카드사용액 증가율은 9월 첫 주엔 -8.7%(전년 동기 대비)로 떨어졌다.



안 움직이고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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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감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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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대면서비스 업종은 큰 타격을 입었다. 9월 첫 주, 전체 카드 사용액은 8.7% 감소했지만(전년 동기 대비) 대면 서비스 업종의 소비의 감소폭은 그 4~5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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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서비스 소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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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든 음식점·주점은 9월 첫 주에 카드 사용액이 31.4% 줄었다(전년 동기 대비). 좀처럼 회복세가 더뎠던 스포츠·레저 분야도 41%나 감소했다. 백화점 같은 대형소매점의 카드 사용액 감소율 역시 34.1%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은 죽을 맛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었다. 8월 중순 이후 도·소매, 음식·숙박 등 업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감소한 소상공인 매출액은 9월 첫주 전년 동기 대비 24.9%나 줄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등 영업제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컸던 수도권 소상공인의 경우 9월 첫주 매출액 감소율이 31%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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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매출.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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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이번에 수도권의 영업제한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거라고 봤고, 실제로 영업제한에 걸린 수도권 자영업자는 9월 들어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며 "자영업자의 48%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주요 업종이 영업제한으로 지정된 학원·식당·카페 등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외소비는 급감



코로나19로 해외여행에 제한이 생기면서 국외 소비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분기 일반여행지급액은 76.3% 감소했고, 유학연수지급액도 38.1% 줄었다(전년 동기 대비). 전체 민간소비에 대한 국외소비의 기여도는 지난 1분기에 1.1%포인트, 2분기에 2.8%포인트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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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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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0.6%)·미국(1.5%)에 비해 민간소비 중 국외소비 비중이 3.9%로 높은 편이라서 국외 소비 감소세가 민간소비 둔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GDP보다 더 꺾인 민간소비



코로나19 사태의 특징은 민간소비가 경기침체 여부를 가를 중요한 척도라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같은 과거의 통상적인 경기침체기에는 국내총생산(GDP)감소폭에 비해 소비 감소폭이 더 작아 소비를 통한 경기 방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선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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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및 민간소비 성장률.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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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분기 한은이 집계한 실질GDP 성장률은 -1.4%였는데, 같은 기간 민간소비 성장률은 -6.5%로 GDP보다 훨씬 더 크게 감소했다. GDP보다 민간소비가 더 빠르게 얼어붙는 현상은 네덜란드·스위스·독일·영국·스페인 등 주요국에서도 동일하게 목격된다.

김 국장은 "감염병의 특성상, 감염병이 발현하면 이동제한·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시행되면서 민간소비가 급속히 둔화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며 "이런 패턴은 대부분 주요국가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향후 경제전망을 하는 데 있어서 민간소비 전망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소비 늘어날까?



한은은 향후 국내 민간소비의 흐름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먼저 대면서비스 소비의 회복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점을 꼽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지연,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향후 대면서비스 소비의 회복이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과거 경제충격기에도 대면서비스 소비는 여타 서비스 지출에 비해 크게 위축되고 회복에 오랜기간이 소요됐다.

크게 꺾인 국외 소비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민간소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97.7%일 정도로 여전히 큰폭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도 2023년까지는 항공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대면서비스·해외여행 관련 소비가 줄어든 것이 다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로 대체될 가능성은 있다. 코로나19 이후 돈 쓸 곳이 없어서 '비자발적 저축'이 늘어난 것이 향후 민간소비 회복 여지를 키울 것이란 평가다. 실제 대면접촉도가 높은 서비스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관련 컴퓨터·가전·가구나 고소득층 중심의 자동차 등에 대한 소비가 확대된 것이 그 근거다. 김 국장은 "고소득층은 대면서비스 소비를 줄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소비를 늘리는 패턴이 나타났다"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고소득층의 비자발적 저축 증대가 민간보시의 상방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 개선이 지연된다면 이러한 대체소비 증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 국장은 "앞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활동 기피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행태를 변화시키고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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