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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 10번 정복한 '전설의 셰르파'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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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리타, 무산소 등정 기네스 등재
허영호 에베레스트 등반 때도 동행
'눈표범' 별칭... 환경운동가로 활약
한국일보

2009년 11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앙 리타. 카트만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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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열 번이나 무산소 등정해 기네스북에 오른 네팔 셰르파(등산 안내자) 앙 리타가 21일(현지시간) 사망했다. 72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앙 리타의 딸은 이날 “아버지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외곽 조르파티 지역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뇌부종과 간 질환을 앓아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앙 리타의 절친인 앙 체링 전 네팔등산협회(NMA) 회장은 “산에서 그는 마치 눈표범처럼 활발하고 강한 등반가였다”고 고인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눈표범(snow leopard)’은 눈 덮인 험준한 산을 잘 탄다 해서 앙 리타에게 붙여진 별칭이다.

앙 리타는 국제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셰르파로 평가 받는다. 에베레스트 인근인 네팔 동부 쿰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15세 때 처음 네팔 최고 다울라기리봉(8,167m)에 오르며 외국 산악인들의 포터(짐꾼)로서 등반 일을 시작했다.

1983년 처음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그는 두 개의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1987년 세계 최초로 산소 보조 없이 에베레스트 겨울 시즌 등정에 성공했으며, 1996년에는 에베레스트 무산소 10회 등반에 성공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87년 12월22일 겨울 첫 무산소 등정을 함께한 사람이 바로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다. 허 대장은 함탁영 대장이 이끄는 등반대에 소속돼 당시 세계 등반 사상 3번째로 에베레스트 겨울 등정에 성공하며, 유명 산악인 반열에 올랐다. 앙 리타는 생전 “악천후로 인해 둘 다 길을 잃었던 아찔한 기억이 있다”면서 “정상 바로 아래인 8,600m 높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하며 밤을 새웠다”고 회상했다.

앙 리타는 셰르파 활동을 기반 삼아 30년간 세계인에게 자연보존을 촉구하는 환경운동가로도 활약했다. 국제비영리단체인 산악연구소의 수석 프로그램 관리자로 일하면서 오지 산악 지역사회 및 환경문제 연구에 천착했다. 1992년 생물 다양성 관리를 목적으로 네팔에서 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마칼루-바룬 공원 설립은 그의 대표 업적으로 꼽힌다. 앙 리타는 히말라야 생태 보호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에드먼드 힐러리’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훈장은 1953년 에베레스트를 첫 정복한 영국 산악인 힐러리경을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산악 문화 및 보존에 힘쓴 이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앙 리타의 시신은 불교 전통에 따라 23일 화장 처리돼 카트만두의 한 곰파(티베트 사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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