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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잘못 든 경쟁자에 결승선 양보…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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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트라이애슬론 대회서 3위 달리던 선수 코스 이탈

추월했던 선수 결승선 앞 멈춰 3위 자리 내주며 서로 악수

주최측, 명예 3위-상금 수여

동아일보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0 산탄데르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당초 3위로 달리던 영국의 제임스 티글 선수가 관중 쪽으로 길을 잘못 들었다(왼쪽 사진). 그 와중에 그를 추월했던 스페인의 디에고 멘트리다 선수가 티글 선수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도록 멈춰 기다리다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스페인 언론 엘문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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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글 선수가 계속 나보다 앞서 달렸어요. 그가 동메달을 따는 게 마땅합니다.”

자신을 앞서가던 경쟁자가 경기 막판에 실수로 코스를 잘못 들자 결승선 바로 앞에 멈춰 경쟁자에게 동메달을 양보한 스페인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 선수 디에고 멘트리다(21)를 향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 줬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멘트리다는 이달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0 산탄데르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려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발을 멈췄다. 그는 뒤따르던 영국 선수 제임스 티글(24)이 먼저 결승선을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당시 티글은 결승선을 약 100m 앞두고 길을 잘못 들었다. 그는 막다른 곳의 철제 펜스에 부딪힌 후에야 코스를 이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늦게 전력 질주했지만 이미 멘트리다가 추월한 상태였고 역전은 불가능한 거리였다.

동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했던 티글은 결승선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멘트리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고 관중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결국 티글이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티글은 인스타그램에 “펜스에 부딪혔을 때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멘트리다가 날 기다렸다. 놀라운 스포츠맨십이자 진실함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멘트리다는 마드리드의 한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 스포츠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학업 시간을 쪼개 철인 3종 훈련을 해 왔다. 그는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양보 정신을 가르쳤다. 양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특히 “동메달을 놓쳐 상금 300유로를 받지 못한 것보다 이번 대회 우승자 겸 스페인 유명 선수 하비에르 고메스 노야(37)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더 속상했다”는 톡톡 튀는 소감을 남겼다.

철인 3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던 스타인 노야는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멘트리다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야 역시 “멘트리다의 행동은 역사상 최고”라고 극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스페인 축구선수 아드리안 산미겔 역시 트위터에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 줬다”고 치하했다.

멘트리다와 티글의 스포츠맨십을 담은 영상은 트위터에서만 510만 회 이상 재생됐다. 대회 주최 측은 멘트리다에게도 ‘명예 3위’ 입상자 자격을 주고 티글과 같은 상금을 수여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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