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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힘 세진 위안, 비실대는 달러…무역전쟁 중국이 역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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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당 6.759위안 16개월래 최고

관세폭탄에도 대미흑자 더 늘고

중국 경제 V자, 미국 -33% 역성장

전 세계 돈 몰려 곧 6.3위안 전망도

“트럼프, 중국 맷집만 키웠다” 지적

중국 위안화가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반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내리막이다. 통화 가치는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미·중 무역 전쟁의 승기를 중국이 잡았다는 분석(블룸버그)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21일 위안화는 달러당 6.7591위안 수준에서 거래됐다.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8주간 이어진 상승세로 위안화 값은 올해 최저치(5월27일)보다 5.71% 올랐다. 중국의 경제 회복에 미국 달러의 약세가 겹치면서다.

중앙일보

미 달러화 가치와 위안화 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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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탄력을 받은 위안화 가치가 내년 말 달러당 6.3위안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털어내고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예측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최대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큰 국가 중 한 곳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1년 안에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5위안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 달러화는 비실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3월 이후 9.77% 하락했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알렉스 울프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약세에 진입하며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통화 가치에 영향을 주는 각종 경제 지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머쓱하게 할 지경이다. 블룸버그는 무역 전쟁의 득실을 따져본 결과, 일단 앞선 곳은 중국이라고 진단한다. 우선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관세 폭탄에도 오히려 늘었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트럼프 취임 때보다도 25% 늘어난 연간 3000억 달러 수준이다.

경기 상황도 온도차가 크다. 중국은 2분기에 3.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2분기 성장률이 나온 48개국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반면 미국은 2분기 9.5%(전기대비 연율은 -32.9%) 역성장했다.

돈도 중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데다 중국의 국채 수익률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제로 수준에 머무는) 미국 국채 금리와 격차(스프레드)가 커지며 전 세계 채권 펀드가 중국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미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까지 이어지며 달러화 가치는 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다른 나라보다 빨리 털고 공장 정상 가동에 나선 영향이다. 단순 제조업만 그런 게 아니다. 독일이 장악했던 정밀기계분야까지도 영역을 확장했다. 독일정밀기계산업협회의 울리히 애커만 국장은 블룸버그에 “중국이 독일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래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배터리 등에서도 중국은 박차를 가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의 총공세가 오히려 중국의 맷집을 키워주고, 자립의 역량을 높이고 속도를 내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첨단 제조설비 등을 중심으로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비중을 높이는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 전략을 통해 경제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두 달 후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자족적인 모습을 갖춰가면서 무역 전쟁이 오히려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유도해 경쟁을 통해 미국 정보통신기술(IT)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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