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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승리 주역은 오직 남성?... 性차별 인식 또 드러낸 中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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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 그린 CCTV 드라마
17일 첫 전파 탄 직후 비난 쇄도
수동적 여성상 부각, 헌신은 외면
위기 극복에서 여성 희생양 삼아
한국일보

17일부터 중국 CCTV를 통해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 포스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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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를 선언했다. 대다수 나라가 바이러스 재확산에 신음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감염병 극복을 자축하고 국민에게 애국을 독려하기에 바쁘다. TV 드라마도 체제 선전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성들의 헌신을 외면한 드라마 내용에 중화권이 들끓고 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여성을 희생양 삼는 중국 당국의 성(性)차별적 인식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세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에 힘을 보탠 평범한 중국인의 삶을 그린 중국 관영 CCTV의 7부작 일일드라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가 17일 첫 전파를 탔다. 코로나19를 다룬 중국 최초의 방송물이다. 1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중국의 정신, 전국적 연대, 자기 희생, 인류에 대한 사명감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제작 의도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1화(역행)는 코로나19로 도시 전체가 폐쇄된 후베이성 우한에 긴급 방역 물품을 운송할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여성은 철저히 수동적이고 현실회피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한 여성은 가족들이 새해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며 운송 지원을 고사하고, 여성 지원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자 관리자는 “등록한 사람은 모두 남성인가. 여성은 없느냐”고 묻기도 한다. 또 의사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술하면서 “여성은 그냥 협조하라”는 말만 일삼는다. 운송 작업에 지원하려는 이혼 여성을 향해 동료가 “가정이 우선”이라며 말리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내용이 방영되자마자 드라마는 거센 역풍에 부닥쳤다. 대만 매체 연합보와 이티 투데이는 20,21일 잇따라 비판 기사를 내고 방영 중단을 요청했다. 남성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 의료진의 노고를 간과하고, 가정만 중시하는 집단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줄거리는 사실과도 배치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이 극심하던 올해 2월 후베이성에 파견된 의사 절반 이상과 90%가 넘는 간호사가 여성이었다. 드라마를 만든 CCTV조차도 3월 당시 후베이성에 파견된 의료진 4만2,000명 중 3분의2(2만8,000명)가 여성임을 인정한 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여성의 희생을 줄곧 유용한 선전도구로 활용해 왔다. 코로나19 초기인 2월 18일 현지 매체들은 간호사 삭발 영상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위생과 효율적 업무를 위해 간호사들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병원 측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네티즌은 거의 없었다. 여성의 몸을 당국의 방역 실패 책임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는 힐난이 훨씬 많았다. 같은 달 21일에는 CCTV가 출산 예정일을 20일 앞둔 우한의 만삭 간호사가 휴가를 거부하고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도하며 “위대한 어머니”로 칭송한 뒤 비인간적인 근무 행태를 지적하는 비난 목소리에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하루 뒤 게재된 우한 지역지 우한만보의 기사 역시 27세의 간호사가 유산을 딛고 열흘 만에 우한중심병원으로 복귀했다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방영 후 중국의 대표적 평점 사이트인 더우반에서 5만여명이 참여해 매긴 드라마 평점 평균은 10점 만점에 2.4점. 사실상 낙제점을 준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총괄 제작자는 “(어떤 작품이든) 항상 비난할 구석은 있다. 해석은 개인적인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심지어 한국을 포함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에 작품을 수출하는 방안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더우반의 평론 기능은 사전 고지 없이 중단된 상태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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