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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병상의 코멘터리]국회의원 비리는 왜 응징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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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선출된 국민대표라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 대원칙

국회자체 윤리위원회 제대로 작동해야 실질적인 응징 가능

중앙일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21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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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엔 야당의원입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가족 명의 건설사와 관련된 특혜의혹에 대해 ‘억울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아들 명의 건설사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백억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지난 주말 제기됐습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이후 오히려 공사가 줄었다’며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박 의원의 주장을 얼마나 믿을까요? 거의 믿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을 많이 당해봤기에..

2.

여당에선 지난주말 김대중 대통령의 막내아들 김홍걸 의원을 전격 제명했습니다.

김 의원의 재산문제는 심각합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는데 재산, 특히 부동산이 굉장히 많으며, 10억원 이상 빠트리고 신고했고, 이에 대한 해명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제명에 국민들은 납득을 했을까요? 뭔가 개운하지 않습니다.

제명당함으로써 김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습니다. 제명이란 당 차원의 징계인데, 김 의원의 문제는 당 차원이 아닙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의심할 부정비리를 저지른 혐의입니다. 그러니 국회 윤리위원회나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3.

국회의원들의 비리는 늘 이렇게 요란하게 시작되었다가 나중엔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늘 실망하고 답답해 하다가..결국엔 정치를 냉소하고 외면하게 됩니다. 악순환이죠.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원들의 방탄 특권입니다.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 같은 것들인데..사실 이런 특권은 국회의원들이 직접투표로 선출됐기에 받는 특전입니다. 국민의 대표로서 외부(특히 행정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국정운영을 잘 해달라는 취지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국회의원들은 헌법상의 의무(청렴.국가이익우선.이권개입금지)와 국회법상의 의무를 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징계 역시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4.

문제는 이런 특권과 자율성이 국정운영의 책임을 다하라는 공적 권한인데, 정치인들은 이를 개인 비리 방어용으로 악용한다는 점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유권자들의 경우 정치인의 부도덕 비양심에 큰 분노를 느낍니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법의 심판을 받을 때는 불법이라는 최소한의 처벌만 합니다. 그러니 늘 유권자 마음엔 미흡합니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입니다. 실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을 뿐이죠.

5.

윤리위는 1991년 만들어져 197건의 징계안을 다뤘지만 실제로 징계(제명)는 1건, 강용석 변호사의 아나운서 비하발언뿐입니다.

그나마 본회의에서 부결돼 제명은 안되고 30일 출석정지로 끝났습니다.

윤리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동료애(?) 때문입니다.

‘선출된 권력은 함부로 죽일 수 없다’는 집단의식, 그리고 ‘언제 내가 당할지 모른다’는 공범의식이 범벅된 결과입니다.

윤리위가 필요하다는 당위론은 널리 퍼져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비리문제만 터지면 윤리위 강화법안을 제출합니다. 지금도 여러 법안이 국회에 나와있습니다.

6.

그런데 국회의원들에게 맡겨선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저 방법은 하나, 유권자들이 계속 감시하고 요구해야 합니다.

유권자들의 대표적인 정치감시운동을 꼽자면 2000년 낙천낙선 운동입니다. 참여연대가 중심이 된 진보좌파 NGO 연합체가 주도했습니다.

이제 그 중심세력들은 진보정권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비판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비판할 NGO가 없습니다.

지난 20년 좌파는 집요했고, 우파는 허술했습니다. 이젠 좌우를 떠나 정치판 전체가 시대에 뒤처졌습니다. 이참에 아예 정파를 초월한 정치NGO를 기대해 봅니다.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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