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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람들 마음 두근거리게 하는 배우이고 싶어”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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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호관 출신 배우 이수련

영화 ‘강철비2’서 경호팀장 열연… 10년간 3명의 대통령 보좌 경험

안정보다 변화 중시… 연기자 길로

“나이 들수록 설렘 사라져 아쉬움… 카메라 앞에 설 때가 가장 행복”

세계일보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한경재 대통령 경호팀장으로 열연한 배우 이수련은 “카메라 앞에 서는 때가 제일 설렌다”며 “제가 청와대 경호관이었다는 걸 사람들이 잊어버릴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배우 이수련(39)은 최근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북·미 정상회담 도중 북한 쿠데타가 발생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한경재(정우성) 대통령 손목을 붙잡고 뛰며 탈출을 시도하는 경호팀장으로 분했다. 그에겐 실전과 다름없는 연기였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만난 그는 “영화를 보면서 상황에 몰입해 너무 빨리 뛰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웃으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지금 경호관인데 쿠데타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여기서 어떻게 벗어나지?’ 고민하며 그 장면을 찍었어요. 제가 실제로 한경재 대통령을 경호한 거예요. 사실 경호관은 웬만한 위급상황이 아니면 뛰지 않아요. 경호관이 뛰게 되면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불안해하거든요. 영화 속 상황에선 뛰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죠. 양우석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제 의견을 들어주고 반영해 주셨습니다. 미국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호텔 방에서 도넛을 먹던 미 대통령을 둘러업고 나가는 것도 그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제가 말씀드린 거예요.”

그에겐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경호관 출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경호했다.

“경호원 역할은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해요. 제 이력을 바탕으로 하는 거니까요. 배우로 인정받고 나서 나중에 그 이력이 공개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솔직한 심정이었죠. 제게 소중한 경력, 추억이고 인생의 한 부분이지만 이미지가 한정될 수 있잖아요.”

세계일보

배우가 된 건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서였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성장이다. 그에겐 안정보다 변화가 중요하다.

“경호관도 보람 있고 좋은 직업이지만, 평생 하면서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한 끝에 배우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연기란 게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해 그걸 표현하는 거잖아요. 계속 노력하며 성장해야 하는 일로 느껴졌어요.”

그렇게 올해 7년 차 배우가 됐다. 2014년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단역으로 데뷔해 2018∼2019년 방송된 SBS ‘황후의 품격’에서 태후 강씨(신은경) 심복인 최 팀장 역을 맡아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배우의 가장 좋은 점, 가장 큰 매력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갖고 있는 걸로만 연기하는 데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말을 타는 역할을 하면 승마를 해야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역할을 하면 악기를 배워야 하죠. 전 항상 그 순간을 위해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그가 요즘 푹 빠져 배우고 있는 건 기타, 애크러배틱이다. 마흔 살이 되기 전 백 텀블링을 해보고 싶다. “집에서 3일 놀면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다.

뭔가를 배우는 것은 물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호관을 관두고 물건 판매나 배달, 서빙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유다.

“배우를 하면서 사람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어떤 선입견이나 기준을 갖고 사람을 판단했는데 그렇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표현할 수 없잖아요. 정말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담아내고 싶거든요. ‘왜 저런 말투를 쓰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따라 해보면 ‘아, 이래서 그렇구나’ 느끼게 돼요. 또 연기엔 결국 저란 인간이 묻어나는 거니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름 앞에 청와대 경호관 출신이란 수식어 없이 온전히 배우로 불리고 싶다.

“사람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꿈을 꾸게 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어떤 의미로든 뭔가 설레는 거 있잖아요. 어렸을 땐 장래 희망이 있어서 두근거리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게 없어지거든요. 전 카메라 앞에 서는 때가 제일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제 연기를 보는 분들도 설레고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어요.”

세계일보

그는 “잡다하다 할 만큼 갖가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멋있고 세련되고 주목받는 역할보다는 (작품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악녀나 살인마, 4차원 캐릭터, 웃기는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장르도 가리지 않아요. 액션만 되는 게 아니라 액션도 되는 배우니까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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