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김태형 감독이 퇴장 당하면 두산은 승리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20일 LG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항의하는 김태형 감독.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LG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며 6대5 승리를 이끈 두산 포수 박세혁은 경기 후 “감독님이 퇴장을 당한 뒤 선수들끼리 하나가 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복잡한 상황 속에서 퇴장을 당했다.

두산이 2-3으로 뒤진 4회말 무사 1·2루 때 호세 페르난데스가 3루수 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공이 LG 3루수 김민성의 글러브로 들어갔는데 바로 잡힌 건지 바운드가 된 건지 애매했다.

원바운드로 공이 잡혔다고 판단한 두산 2루 주자 박세혁은 2루와 3루 사이에서 런다운 플레이를 했고 3루 베이스가 비어 있는 틈을 노려 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페르난데스의 타구가 노바운드 직선타로 잡혔다는 판정이 나오며 페르난데스와 함께 박세혁도 아웃됐다.

졸지에 아웃 카운트가 두 개가 올라간 상황. 김태형 감독이 거듭 노바운드 판정에 항의하면서 퇴장당했다. KBO 규정상 비디오 판독이 끝난 뒤 이에 대해 항의하면 자동 퇴장이다.

김태형 감독의 퇴장은 이번이 통산 세 번째였다. 첫 퇴장은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 그때도 페르난데스가 등장한다. 두산과 키움이 6-6으로 맞선 9회말 때 무사 1·2루에서 페르난데스가 투수 앞으로 느린 땅볼을 쳤다.

주자 2명은 각각 2루와 3루에 안착. 그런데 키움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을 해보니, 페르난데스가 3피트 라인 안쪽으로 달렸음이 드러나 규정 위반으로 아웃되면서 주자들은 1·2루로 돌아왔다. 김태형 감독은 이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규정에 따라 퇴장당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퇴장당할 줄 알았지만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올해 5월 롯데전. 두산이 0-2로 끌려가던 2회 무사 1루에서 최주환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공이 최주환의 방망이를 스쳤고, 롯데 포수 정보근이 이를 원바운드로 잡았다며 파울이라고 봤다.

심판진은 3분 동안 비디오 판독을 거친 뒤 최주환이 헛스윙 삼진을 한 것으로 판정했다. 그러자 김 감독이 거세게 항의했다. 김 감독 주장의 요지는 방망이에 공이 맞았는지가 아니라 애초에 바운드 여부를 비디오 판독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공은 방망이를 분명히 스쳤다. (비디오 판독은) 바운드가 됐는지를 물어본 것이 아니냐. 그런데 왜 헛스윙으로 삼진을 주느냐”며 항의한 뒤 더그아웃을 떠났다.

이 세 퇴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두산이 이겼다는 것이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퇴장 이후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7대6으로 승리했고, 올해 5월엔 7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 감독의 퇴장이 곧 승리를 부른다는 공식이 생길 만하다.

2015시즌부터 팀을 맡아 세 차례 우승, 5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김태형 감독은 ‘곰의 탈을 쓴 여우’라 불린다. 우직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전략·전술이 세밀하고, 특히 심리전에 능하다.

20일 LG전에도 뻔히 퇴장당할 것을 알고도 나선 것은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당시 두산은 4연패를 당하며 리그 6위까지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김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이 리그 후반기에 6위까지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에 앞서 “지금이 비상 상황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여유를 부린 김 감독이었지만, 이날 5연패의 위기에 몰리자 과감히 나섰다. 결국 이번에도 두산은 승리를 거머쥐었고, 다시 5위로 복귀했다.

지난 시즌 두산은 선두 SK와 9경기 차까지 벌어지는 열세를 딛고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올랐다. 현재 32경기를 남겨 놓은 5위 두산은 선두 NC와 6.5경기 차이가 난다.

두산은 올 시즌이 끝나면 오재일, 정수빈, 허경민, 최주환, 김재호 등 핵심 선수들이 FA로 풀린다. 그래서 두산의 올 시즌을, '라스트 댄스(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등 주축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것을 알고 임했던 시카고 불스의 1997~1998시즌)에 비유하기도 한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 주 일정은 해볼 만하다”며 “연승이 나오고 하면 분위기를 금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22~23일 최하위 한화, 24~25일엔 8위 삼성과 맞붙는다. ‘승부사’ 김태형 감독이 올 시즌 막판 보여줄 마지막 춤은 어떤 모습일까.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