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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북제재 비웃듯···"北, 美대형은행 거쳐 2000억 돈세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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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뉴욕에 위치한 JP모건체이스 본사의 모습. JP모건체이스는 2011~2013년 북한의 돈세탁 의심 거래를 승인해줬다고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에 보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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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점차 강화되던 2008~2017년 사이에도 버젓이 미국의 대형은행을 거쳐 돈세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시장에 침투하려는 북한을 저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NBC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전 세계 400명 이상의 언론인과 함께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등에서 입수한 문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미국 대형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은행은 2011~2013년 북한과 연관된 11개의 기업 및 개인에게 이득을 제공한 8920만 달러(약 1035억원)의 거래를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에 신고했다. JP모건은 해당 거래 관련 기업을 상대로 대북 송금 의심 활동에 관한 경고 조치를 취했다.

이들 기업에는 단둥 싼장무역, 싱가포르 SUTL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싼장무역은 2014년 유엔 보고서에서 북한 선적에 연루돼 있다고 적시된 기업이다. 글로벌 무역정보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싼장무역은 북한으로 최소 80차례 선적한 것으로 나와 있다.

또 세계 수탁자산 규모 1위 은행인 뉴욕멜론은행 또한 지난 2015년 보고서에서 북한 관련 불법 송금 규모가 8560만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특히 뉴욕멜론은행은 이미 당시 북한과 사업을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론 인터뷰까지 했던 중국 단둥훙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馬曉紅) 대표의 이체를 허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뉴욕멜론은행 문건에 따르면 마 대표는 북한으로 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위장기업들을 만든 뒤 미국, 중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을 거쳐 수천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뉴욕멜론은행 등 미국 대형은행이 거래를 승인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2016년과 2019년 대량살상무기(WMD) 제조 관련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마 대표와 훙샹그룹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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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북한 금별무역 소속 대형 선박 예성강 1호가 정유제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을 환적하고 있다.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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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멜론은행은 또 지난 2015년 쿠바에서 북한으로 무기를 선적한 혐의로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싱가포르 국적의 선박회사 '세낫시핑에이전시'와 레너드 라이 용 치안 대표의 2009년 금융거래 또한 승인해줬다고 NBC는 보도했다.

NBC는 이런 사실을 토대로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을 포함해 미국 은행을 통해 승인된 거래 규모가 수년간 1억7480만 달러(약 2032억원)를 넘는다고 전했다. 다만 NBC는 해당 거래가 이뤄진 구체적인 기간과 이것이 전체 자금세탁 규모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NBC는 이처럼 미국의 은행이 자금 세탁에 활용되는 이유로 이들 은행이 해외 은행의 외환이나 다른 거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은행 업무'(correspondent banking)를 담당한다는 점과 연관 지었다.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금 세탁을 시도하는 사람은 불법자금을 송금할 때 대리은행 서비스를 종종 이용한다며 미국 금융기관이 종종 이 거래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대한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르면 21일 이란 핵·미사일·재래식 무기 프로그램에 연루된 20명 이상의 개인ㆍ단체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제재안에 북한 관련 내용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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