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외국대생들 기숙사에서 30분간 “봉쇄해제하라” 외쳐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외국대학교 학생들은 20일 밤 학교 기숙사에서 “봉쇄 해제”를 외치며 30분간 집단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대학 측에 출입 관리 조치 완화와 생활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이 대학은 이달 초 개학을 한 이후에도 학생들을 전원 기숙사에 머물게 했다. 학교 교문에는 철조망이 처졌고 택배나 음식도 학교 내 배달을 금지했다. 원칙적으로 대학에 신고하면 학생도 외출을 할 수 있지만 생활지도위원(輔導員)이 허용하지 않으면서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 안에 갇혀 지냈다고 한다.
학생 궈(郭)모씨는 중국 신경보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데) 교내 과일과 빵 등 식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수박 한 조각이 2위안(약 350원)에서 5위안으로 올랐다”며 “식당 일부 음식값도 올랐다”고 했다. 공산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학생 가오(高)모씨 “교내에서 유일하게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마트는 물건이 다 떨어져 택배로만 생활용품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받는 택배가 많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자 아무렇게나 방치되거나 비를 맞고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목욕탕 등 학내 편의시설도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학생 천(陳)모씨는 “여학생 샤워장이 4개 있지만 1개만 문을 열고 그것도 80명만 입장할 수 있어서 씻으려면 오랫동안 줄을 서야 한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을 포함해 2만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 대학은 10월 1~8일인 국경절·중추절 연휴 때 1~3일까지만 쉬고 나머지 기간을 정상 운영할 계획이었다. 학생들은 3일 연휴에도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직원들도 시안 밖으로 나가는 게 금지됐다. 중국 여러 대학이 코로나 재유행을 우려해 이 대학처럼 학생들의 외출을 제한하거나 국경절·중추절 연휴를 단축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시안외국대는 21일 학교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생 외출 절차 간소화, 교내 쇼핑 여건 개선, 임시 쇼핑몰 증설, 식사, 목욕 등 서비스 기간 연장 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는 이 대학처럼 학교를 봉쇄식으로 관리하는 대학이 적지 않아 이번 집단 시위가 다른 학교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시안외국어대생들의 집단 시위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는 다른 대학교 학생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시안외국어대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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