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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준 -100㎞”…한국 오면 짧아지는 ‘전기차 주행거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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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전기차 인증 주행거리 차이

주행거리 인증기준 미·유럽 두 방식

미국 장거리·유럽은 도심운전 중시

전기차는 고속 주행에 불리

미 주행거리가 평균 10~15% 짧아

기아차 ‘니로’ 미국 385㎞·유럽 455㎞

스펙 경쟁에 추정치 발표 경우도

출시 전 차들은 꼼꼼히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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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모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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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보다 한국의 인증 주행거리가 100㎞ 넘게 짧다 보니 우리로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

“내년 출시할 신차의 환경보호청 인증 주행거리는 832㎞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루시드 모터스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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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업체마다 전기차 스펙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둘러싼 홍보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가별로 주행거리 인증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공식 인증을 받기 전에 신차의 주행거리 추정치를 발표하는 등 기준이 천차만별이어서다. 국가별로 주행거리 차이는 왜 생길까? 시험 방식이 같은데도 주행거리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뭘까?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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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장거리’ 대 유럽 ‘도심’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주로 쓰는 주행거리 인증 기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유럽 세계표준자동차시험방식(WLTP)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소비자들 사이에 악명이 높은 건 유럽 방식이다. 실제 주행거리보다 더 후하게 쳐준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2017년에 새로 도입된 세계표준자동차시험방식은 기존 방식(NEDC)보다 더 현실적인 주행 조건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는 기본적으로 각 시험방식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결국 시험검사에서 적용하는 주행 모드의 문제인데, 나라마다 자국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고려해 모드를 짜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고속 장거리 주행을 중요시하는 반면, 유럽은 도심 운전에서의 효율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유럽 인증 주행거리가 더 길게 나오는 데에도 이런 원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속 주행에 불리한 만큼 미국에서 더 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환경보호청은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거리를 테스트하는데, 이를 멀티사이클(Multi-cycle) 테스트라 부른다. 도심과 고속도로 등 2가지 사이클이 주된 요소다. 도심 사이클에서는 최고 시속 90㎞로 달리며 중간에 수십번 정차한다. 고속도로 사이클에서는 정차 없이 최고 시속 96㎞로 달린다. 각각 도심·고속도로 시뮬레이션 장치에서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주행시킨 다음, 두 가지 값의 평균을 5.5대 4.5의 비율로 반영해 산출한다. 마지막으로 이 값에 70%를 곱한다.

대부분의 차종은 유럽 인증 체계에서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진다. 평균적으로 10~15% 더 길지만 차이가 훨씬 더 큰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이트론’은 유럽에서의 주행거리가 436㎞로 3세대 전기차에 근접하지만, 미국에서는 328㎞에 불과하다. 기아자동차 ‘니로 이브이’(Niro EV)의 경우에도 미국(385㎞)보다 유럽(455㎞)에서 주행거리가 70㎞ 길다.

■ 시험 방식 같아도…타이어 등 제원 따라 천차만별

국내에서는 환경부 국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시험검사를 담당한다. 대기환경보전법의 휘발유차 배출가스 시험 방식과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미국 환경보호청 검사 방식을 따르는 터라 같은 차종이라면 미국과 국내의 주행거리가 대략 일치하는 게 정상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석호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사는 “속도나 주행저항값 등 큰 틀에서는 검사 방식이 같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10㎞ 내외의 차이는 그런 데서 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 출시된 주요 전기차종 중에서 미국과 한국의 인증 주행거리가 동일한 차종은 니로 이브이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보다 국내 주행거리가 최대 10㎞ 짧았다. BMW i3의 경우에만 국내 주행거리가 2㎞ 더 길었다.

예외도 있다. 테슬라 모델S 퍼포먼스의 경우 미국 주행거리는 560㎞에 이르는 반면 국내에서는 480㎞에 그친다. 세부 사양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요인은 타이어다. 타이어의 지름과 폭이 길어질수록 마찰력이 세져 주행거리 측면에서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타이어가 전기차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1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기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사는 “실제로 실험해보니 원래보다 1인치 더 긴 타이어를 끼웠을 때 주행거리가 최대 80㎞ 줄어든 경우가 있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과 한국에서 다른 타이어를 끼워 판매하는 경우에는 타이어가 주행거리 차이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832㎞짜리 전기차?…꼼꼼히 살펴야

아직 공식 출시가 되지 않은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기차 스펙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해당 기관의 최종 인증을 받기 전에 ‘추정치’를 발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는 내년 출시 예정인 ‘에어’의 사양을 공개하면서 환경보호청 인증 주행거리가 최대 517마일(83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다. 517마일이라는 수치의 출처는 환경보호청이 아닌 에프이브이(FEV)라는 민간 업체다. 루시드 모터스가 에어의 프로토타입을 에프이브이에 맡겨 검사를 의뢰한 것이다.

그럼에도 루시드 모터스가 ‘환경보호청’ 이름을 달고 주행거리를 발표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정부기관이 모든 신차에 대한 시험검사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다. 인력과 시간 모두 부족하다는 이유다. 대신 매년 출시되는 신차 중 10%가량만 직접 검사하고, 나머지는 제조사가 민간 업체에 맡겨 시험검사를 한 뒤 결과를 내도록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환경보호청이 최종 인증을 내주면 그때부터 제조사는 환경보호청의 공식 인증을 받은 주행거리로 홍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제조사가 추정한 주행거리와 최종 인증 주행거리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루시드 모터스의 경우 아직 최종 검증을 받기 전이어서 ‘추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니콜라가 이베코와 협력해 양산할 예정인 전기트럭 ‘트레’(Tre)도 마찬가지다. 니콜라는 누리집에서 트레가 최대 250∼300마일 달릴 수 있다고 알리고 있지만, 이 또한 공식 인증 주행거리는 아니다.

차를 산 다음에도 주행거리가 바뀔 수 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주행거리를 늘려온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테슬라 ‘모델S 롱 레인지 플러스’는 배터리팩의 전기화학 구성(chemistry)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11마일이 늘어난 402마일을 환경보호청에서 인증받았다. 양산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400마일을 돌파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함으로써 모터의 효율을 높이고 차체 중량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정반대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문에 주행거리가 줄어든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일부 소비자들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테슬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구형 모델S와 모델X의 경우 자동 업데이트를 한 다음 주행거리가 최대 30마일가량 줄고 충전시간도 늘었다는 것이다. 소송을 건 소비자들은 “테슬라가 배터리 결함을 감추기 위해 주행거리를 줄이는 업데이트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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