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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대통령에 전세 자동연장 권한 주자는 법안까지… 반대의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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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일각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추가 개정을 추진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정한 기간에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 민간 임대차시장을 정부가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불을 지른 격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여당 내에서도 우후죽순 발의되는 법안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진행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에는 반대 의견이 줄을 이었다. 국회입법예고 웹사이트에는 열흘 만에 1500건이 넘는 반대글이 게시됐다.

조선비즈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입법예고 페이지에 반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입법예고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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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령으로 ‘주거안정 보호기간’을 지정하면, 민간임대주택이더라도 세입자에게 퇴거 요청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항이 담겼다.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예외 상황은 임차인이 월세 3개월분을 연체했을 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입법이 임대차시장에 또다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은 6·17 대책의 후속조치로 지난 7월부로 투기·투기과열·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한 경우 6개월 안에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하도록 했다. 실거주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 전·월세 임대 중인 주택을 매입한 경우, 대출 규제와 임대차법이 충돌할 수 있다.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하는 경우’만 정한 것도 논란이 일어난 대목이다. 전세 계약인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같은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은 종식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워, 이같은 주거안정 보호기간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월세 주택이라면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월세를 내지 않더라도 최장 3개월까지 임차인이 머무를 수 있는데, 이 때 임대인이 입는 경제적인 피해나 기회비용을 보상하는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의견을 낸 오모씨는 "국가가 전세 기간을 마음대로 정한다면 실거주하려는 집주인이나 실거주를 위해 매매하고 잔금을 치르지 않은 무주택자와 일시적 2주택자가 원하는 시점에 본인의 집에 들어가지 못해 불필요한 세금, 추가 거래 비용, 심각하게는 주택담보대출 기한이익의 상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다른 반대글을 남긴 윤모씨는 "재난 상황에서 임차인 보호는 국가의 의무지 임대인 개인의 의무가 아니"라면서 "개정안이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임대인에게도 그 기간의 금융 비용을 면제해줘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번번히 땜질식으로 법 개정을 진행하고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것도 이번 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 물건이 줄고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뒤늦게 전월세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중개업소의 허위 매물을 단속에 나서는 한편,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립을 추진하는 등 규제의 부작용을 규제로 막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차시장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90% 올랐다.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9월 둘째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4주 연속으로 올랐다. 반면 정부 책임자들은 낙관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가 상승폭이 줄고 있다"면서 "(임대차시장이) 몇 달 뒤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정이 이렇자 여권에서도 쏟아지는 부동산 법안 발의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상황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법안은 당 정책위원회와 협의해 발의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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