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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참여연대 "재벌, 준법감시기구 설치하면 감형?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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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

'"이중근 이재용 사건 모두 기업 아닌 개인 범죄"

"처음부터 감형을 의도한 명분쌓기용으로 보여"

이중근 이어 이재용 파기환송심도 같은 재판장

뉴시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한 삼성, 부영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2020.09.21.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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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재벌총수 형사 재판에서 '준법감시기구' 설치가 감형사유로 되는 건 부당하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단체는 특히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사례처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재판에서도 준법감시 기구 설치가 감형요소가 되는 점을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준법감시기구 설치 등을 이유로 한 삼성·부영 등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를 개최했다.

준법감시제도는 기업이 자체 내에 법규를 준수하는 감시 및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이 회장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감형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기도 하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김종보 변호사는 이날 발제에서 지난달 27일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억원이 확정된 이 회장의 사례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과 이 부회장 사건은 기업을 위한 기업 범죄가 아닌 개인을 위한 범죄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의 범행은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광주택 등으로부터 약 518억원의 돈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 돈을 전부 이 회장 본인과 매제, 삼남 등 일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범죄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 구성원이 저지르는 범죄로서, 다수의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결부됐다고 해서 기업범죄라고 할 수 없다"며 "기업 내 준법감시제도 설치가 기업범죄에 대한 감형 사유로 작동하려면 해당 기업이 범죄를 저지른 구성원들을 기업 차원에서 징계하고 재발방지 목적으로 설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부영의 경우 그룹내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이 회장의 개인비리를 어느 누구도 막지 못했다"며 "오히려 다수의 직원들이 부화뇌동했다. 준법감시제도가 도입됐다고 해서 총수의 비리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준법감시기구 설치가 감형의 이유가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뇌물죄 및 횡령죄 사건도 기업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은 이 부회장이 자신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승계하고 강화하고자 삼성전자의 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한 사건"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승계는 자신의 이익이지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이익이 아니다"라며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력을 승계하고자 뇌물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보다 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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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한 삼성, 부영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2020.09.21.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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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위법행위가 근절되려면 엄정한 처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 부회장이나 최지성, 장충기 등 최고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내부에서 스스로 반성과 책임추궁이 없는데 준법감시제도를 설치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이상훈 변호사도 "부영그룹 사건도 총수가 법에서 강제한 감시기구를 무시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그런데 법원에서 법에도 없는 준법감시 기구 설치를 이유로 준법경영 의지를 보였다고 간주한 것은 재벌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무능이거나 처음부터 감형을 의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경우, 본질은 뇌물을 제공하는 반부패 범죄행위이고 단지 뇌물의 재원이 회사 자금이어서 횡령죄가 추가됐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준법감시제도를 근거로 형을 감경하는 것은 뇌물 부패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는 미국과 선진국의 사법 흐름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정준영 재판장이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언급했지만 미국의 양형기준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관한 범죄에 적용된다"며 "또 범죄이전에 설치한 준법감시기구가 실효적으로 작용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준법감시기구를 사후적으로 설치한 것에 불과한 이번 사건에는 차용할 수 없다"고 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준법감시제도가 기업 자체가 아닌 개인에 대해 감형사유로 작용할 수 있느냐"며 "오히려 조직 내 마련돼있는 준법감시제도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감행했기 때문에 가중요소로 보아야할 여지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장은 정준영 부장판사였는데,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재판장이기도 하다.

정 부장판사는 올해 1월17일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삼성이 같은달 9일 만든 준법감시위원회를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양형사유라며 전문가들에게 잘 실행되는지를 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준법감시기구를 감형사유에 참작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논란이 일었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 "이 부회장 변호인 측에서 제출해주신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 부분은 기업범죄 양형 기준에 핵심적 내용"이라며 "지난 1991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원의 양형기준 제8장에 언급된 양형사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며 "이건 우리 재판부뿐 아니라 삼성이 우리 국민에 대해 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 중에는 이런 삼성의 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분 있으므로 독립적인 제3자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으로 준법감시제도가 잘 실행되는지 점검하려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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