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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만에 점포 잿더미… 추석대목에 화마 덮친 청량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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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2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불에 탄채 버려진 과일상자 사이로 진화를 마친 소방관들이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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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늦게 빠져나왔으면 저도 불길에 휩쓸릴 뻔했어요.”

21일 오전 4시30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치킨ㆍ청과 점포를 운영하는 김철호(58)씨는 뭔가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새벽에 물건을 나르던 김씨는 가게 안에서 평소와 달리 ‘파바박’ 불길이 튀는 소리를 듣고는 곧장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가 가게 밖으로 나온 지 1분도 되지 않아 20평 규모의 점포가 불길에 타올랐다. 현금이 담긴 돈통, 항상 들고 있던 휴대폰도 챙기기 못할 정도로 긴박했다.

김씨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장사가 안 되는 판에 불까지 나서 막막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많이 들여온 상황인데 불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망연자실했다. 김씨 점포에 있던 사과ㆍ포도 등 2,000만원어치, 130만원 상당의 생닭 등 식자재가 모두 소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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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 화재가 발생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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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청량리 전통시장과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와 창고 20곳이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즉각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에 차량 64대와 인력 260명을 투입, 화재 발생 약 3시간 만인 오전 7시26분 초기 진화를 완료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추석 대목을 대비해 가게마다 선물세트 등 수천만원어치의 물량을 갖춰 놓고 있던 터라, 재산피해가 컸다.

10평 안팎의 가게 200여곳이 밀집한 전통시장인 만큼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길은 전통시장 점포에서 시작해 청과물시장 쪽으로 옮겨붙었다. 전통시장과 청과물시장에는 각각 67개와 150여개 점포가 다닥다닥 밀집해 있다. 전통시장에는 최근 보수 작업을 진행해 화재 알림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청과물시장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시장 모두 스프링클러(자동소화장치) 등 직접진화장비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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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청과물시장에 화재가 발생한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잔불정리를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이날 오전 4시54분 발령하고 현장에 인력 129명과 소방 차량 33대를 동원해 불을 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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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순간 직접 소화기를 들고 진화 작업에 나선 상인들도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청과물시장에서 점포와 창고를 운영 중인 윤모씨는 100평 규모 창고에 옮겨 붙은 불길을 확인한 뒤 동료 상인 3명과 함께 소화기 2대를 들고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창고에 보관 중인 개당 6만원짜리 샤인머스캣(고급 청포도) 4kg 선물세트 등 1억5,000만원대 피해를 봤다고 한다.

당장 추석 대목 장사를 망친 상인들은 오래 걸릴 피해 복구가 더 걱정이다. 피해를 본 점포의 임대인인 최용수(58)씨는 “당장 불에 탄 물건들의 손해가 몇천만원에 이르고, 나아가 화재 조사와 재건축ㆍ리모델링까지 하면 장사를 시작할 때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답답해 했다. 장사를 못하는 동안 거래처 단골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걱정이다. 동영화(59) 청과일시장연합회 회장은 “상인들 대부분 재래시장 화재보험을 들었지만 복구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구청이나 정부가 나서서 피해 복구에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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