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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 노예선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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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 멕시코 해저서 침몰 '라 유니온'
마야 인 후손 태운 노예선 발견은 처음
月 30명 쿠바 사탕수수밭 노예로 팔려
한국일보

한 다이버가 19세기 중반 노예 거래를 위해 마야인들을 태우다 침몰한 '라 유니온' 선박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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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마야의 후손들을 태우고 노예 거래를 하던 '노예선'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됐다. 멕시코 인근 해저에서 발견된 노예선은 성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마구잡이로 납치해 노예로 팔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는 2017년 멕시코 유타칸반도 해안의 항구도시 시살 앞바다에서 발견된 침몰 증기선을 3년간 추적ㆍ연구한 결과, 해당 선박이 마야인 후예들을 실어나르던 노예선 '라 유니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야 후손들을 거래하던 노예선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배의 정체는 발견된 위치 덕분에 드러났다. INAH는 스페인의 한 회사가 운영한 라 유니온이 1861년 9월 19일 시살 해안에서 3.7km 떨어진 지점에서 침몰한 기록을 찾아냈다. 당시 이 배는 쿠바로 향하던 중 보일러 폭발 사고로 화재가 발생했고, 결국 침몰했다.

라 유니온은 악명 높은 노예선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1855~61년 매달 25~30명의 마야 후손들이 납치돼 쿠바 사탕수수밭에 노예로 팔아 넘겨졌다. 1847부터 1901년까지 유카탄반도를 지배하던 스페인 정복자들과 원주민인 마야 후예들 사이에서 50여년 간 이어진 내전, '카스트전쟁' 와중에 발생한 일이었다.

당시에도 노예 매매는 불법이었다. 멕시코는 19세기 중반 노예제도를 폐지했고, 배가 침몰하기 몇 달 전에는 마야인들을 강제로 잡아들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스페인 침략자들은 아랑곳않고 마야 후손들을 불법적으로 거래했다.

이들을 사고 판 구체적 정황도 확인됐다. INAH의 고고학자 헬레나 마이네케는 "노예 1인당 25페소를 받고 중간상인에게 넘겨진 다음, 다시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남성은 160페소, 여성은 120페소에 각각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INAH에 따르면 라 유니온이 화재사고로 침몰하기 1년 전에는 마야인 29명을 싣고 항해하던 중 적발된 적도 있는데, 노예 가운데는 7세, 10세의 소년ㆍ소녀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어린 아아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돈벌이의 희생양으로 삼았던 셈이다.

화재 사고로 선원과 승객 140여명 중 절반이 숨졌다. 그러나 마야인 노예는 얼마나 숨졌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은 사람이 아닌 화물이나 상품으로 등록돼 배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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