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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열어놓은 전세계약…집주인도 세입자도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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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인데 못 들어간대요”

“집주인 아들이 들어온대요”

계약갱신청구권 싸고 해석 분분

버티는 세입자 탓에 매도 불발도

헤럴드경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이 5년래 가장 불안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임대차법 시행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싸움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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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지역 한 전세 세입자가 찾아와 보증금 8~10% 올려줄 테니, 다음 계약 때만 5%룰을 지켜달라고 집주인한테 얘기해 달라고 하더군요. 전세 매물이 없는데 실거주 의사를 밝힐까봐 불안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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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단지 59㎡(이하 전용면적)의 전월세 매물은 1건, 84㎡는 없고 130㎡ 이상 대형만 남았다”고 했다. 래미안퍼스티지 단지 규모만 2444가구인데 전월세 매물이 손에 꼽히는 셈이다. 주거 여건이 좋아 세입자는 더 불안하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나가야 하는데, 인근에 세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집주인 아들이 들어와 산대요” 불안한 세입자=정부가 임차인의 안정적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과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을 이어나간 40대 A씨는 최근 해외 거주 중이던 집주인 아들이 귀국 후 직접 들어와 살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로도 아들이나 딸 등 직계가족의 거주를 위한 계약 파기는 가능하다. 묵시적 갱신이기 때문에 임대인은 6개월, 임차인은 3개월 전에 계약 만료 의사를 알리면 된다.

A씨는 “가능하면 더 살고 싶은데, 이 경우는 꼭 나가야 한다더라”면서 “주변에 전세 매물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전세인데 꼭 그 동네에 살아야 하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지만, 아이들 전학이나 직장 문제 등 이사가 쉽지 않다”며 “주변에 안 나가도 될 만한 이유가 뭐가 있냐고 묻고 있는데 뾰족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동네로 이사도 쉽지 않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은 2015년 전세대란 이후 최악으로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90이다. 0~200으로 표기되는 이 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치동에 사는 B씨도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해 나가기로 했다. 그는 “노부부라 다시 이 집에 안 들어올 줄 알았는데, 실거주 의사를 밝히니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인근에 전세도 잘 안나오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계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갈등이 심해졌다고 말한다. 고속터미널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랜 기간 임대차 계약을 하며 사이 좋던 집주인 세입자도 이번에 서로 이해 관계가 달라지자 (사이가) 틀어졌다”고 전했다.

▶ “버티는 세입자에 집도 못팔아” 집주인도 울상=불안한 마음은 집주인도 다르지 않다. 특히 정부가 집을 팔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사정이 복잡해졌다. 당장 입주를 원하는 매수 희망자와는 계약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에 따른 피해 사례가 여러 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B씨는 결혼을 앞두고 8월 중순 세입자가 있는 신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통보했다. 졸지에 10월 중순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살 집이 2년간 없어진 B씨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지 원룸에 들어가야 할 지 고심 중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나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대출받은 이들은 집을 제때 팔지 못해 대출이 취소되거나 비과세 혜택을 놓칠 수 있게 돼 더욱 절박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결혼 4년차 C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서 기존 주택 처분 약정을 맺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기존 주택은 전세를 줬는데, 집을 내놨으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서 집을 잘 보여주지도 않으려 한다.

그는 “약정된 기간 내에 집을 팔지 못하면 대출이 회수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어 화가 나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D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서 기존 주택을 2년간 임대로 주고 나서 매도하려 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버리면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까지 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분쟁을 명확히 해결할 만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주택임대차법은 사인 간 계약 내용을 규율한 민법 계열의 법이어서, 결국 당사자 간 소송을 통해야만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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