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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 날렸다" 청량리 청과물시장 화재…상인들 '망연자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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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화재 발생

"대응 2단계 발령"··소방차 33대 등 투입 '진화'

상인들 '추석 대목' 날아가…주저앉아 울기도 '한숨'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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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 4시40분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과물 시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인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사진=김연주 인턴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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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연주 기자] "어떻게 나한테 이런 불행이 찾아온 건지 모르겠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 재래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시장 상인들은 자리에 주저앉는 등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추석 대목을 기대하던 희망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오늘(21일) 새벽 4시30분께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오전 7시40분 현재 점포 20개 등이 소실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당초 화재 신고가 접수된지 10분여만인 4시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4시54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초진 작업이 이뤄진 7시26분께 다시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추석 대목을 바라고 있던 상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오면서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20년째 이곳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OO상회' 박 모 씨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라도 지은 거 같다. 올해 내내 힘들어서 추석 대목 딱하나 기대했다. (그런데 이 화재가 일어나) 희망이 없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물건을 전부 채워놨는데 다 탄 거 같다. 마음 같아선 당장 들어가서 확인이라도 하고 싶다. 장사 못한다. 전부 빚내서 들인 건데 이젠 어떡하냐"라며 연신 복받치는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인들은 불길을 보면서 "아이고 아까워서 어떻게 하느냐", "추석 대목 다 날렸다" 등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 아직 상황을 모르는 인근 상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화재 상황을 알리는 상인들도 있었다. 화재 현장을 바라보던 한 상인은 "올해 악재가 겹쳤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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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 4시40분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과물 시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연주 인턴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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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구역 맞은편에서 청과 장사를 하는 하 모(62)씨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20년째 청과 장사했다. 올해 정말 힘들다. 이렇게 힘든 거 처음이다. 어제 저녁에 나왔는데 새벽 4시 넘어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사 못 할 거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불 난 데도 그렇지만 시장 타격이 클 거 같다. 불난 쪽은 아예 장사 못 할 거다. 화재 나면 수습도 해야하고 추석까지 복구 절대 못한다. 올해는 참 절망적인 한 해다. 다 겹쳤다. 코로나 장마 추석에 불까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불이 났다는 소식에 다급하게 현장에 도착했다는 김 모(71·여) 씨는 "장사하다가 불이 났다는 얘기 들었다. 어제 저녁에 나왔다. 창고 냉장고에 물건이 있는데 탄 것인지 어쩐지 모르겠다. 눈앞이 캄캄하다. 꽉 채워놨다. 착잡하다. 몇십 짝씩 넣어놨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냉장고가 없으면 다 (창고에) 들이는데 그렇지 못해서 창고에 넣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닥칠 줄 누가 알았겠나. 당장 내 가게에 불이 붙은 거 같다.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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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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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수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푸념도 이어졌다. 30년째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정 모(73)씨는 "가게마다 추석이라고 다들 5천~1억 원어치 물건 쌓아놨다. 오늘부터 납품하려고 했는데 큰일이다. 오늘부터가 대목이다. 오늘부터 납품하려고 어제 들인 물건들이 더 탄 거다. 피해 커서 큰일이다"라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피해 입은 점포는)30개 점포 될 건데 큰일이다. 나는 7천만 원어치 넣어놨다. 화재 냄새 때문에 성하다 해도 쓸 게 없다. 불난 곳에 가게 운영하고 있다. 가게는 전부 탔는데 과일들 어쩌나 싶다. 다 버려야 될 거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영세상인들인데 큰일이다. 변상도 다 해야 해. 일년 명절 두 번 바라보고 사는데 올해는 비 와서 단가도 비쌌다. 엄청나게 타격이다"라고 절망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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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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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을 목격하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시장 인근에 있던 김모(63·여) 씨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목에 큰일이다. 물건 손해는 없지만, 화재로 인해 시장 전체가 타격이 올 거 같다. 요즘 자영업자들 다 힘든데 이런 일까지 생기니 어떡하느냐. 안타까워 죽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시민 이 모 씨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주 오가는 시장인데 근래 코로나도 그렇고 손님이 확 준 게 느껴졌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이 없었다. 이제 추석이니까 다들 과일 들여놓고 숨통 트이자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너무 안타깝다. 어떻게 되려고 그러나 싶다. 다들 상심이 너무 크실 거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차량 58대를 포함해 소방인력과 경찰 등 226명이 출동했다. 불은 청과물시장 내 냉동창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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