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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도 부정한 '핵무기 80기'…"美 대북 작계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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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부추긴 『격노』 오역 논란

저자인 밥 우드워드, NPR 인터뷰서

"2017년 북한의 핵무기는 20여발 추정"

"매티스, 북한 핵타격 상황 될까 걱정"

북ㆍ미 갈등이 최고로 높았던 2017년 당시 북한이 2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언론인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이 밝혔다. 이는 그의 저서 『격노(Rage)』에서 2017년 북핵 위기상황을 두고 어떤 해석이 맞고, 틀렸는지를 가려주는 단서다.

『격노』는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전ㆍ현직 당국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한 책이다. 2017년은 북한이 제6차 핵실험과 잇따른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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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 3가 발사돼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이 미사일엔 핵탄두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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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우드워드와 인터뷰 방송을 내보냈다. ‘모든 사항을 고려해서(All Things Considered)’라는 프로그램에서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매리 루이즈 켈리는 우드워드에게 2017년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Q : 켈리=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2017년) 북한과의 전쟁에 얼마나 근접했나.

A : 우드워드=북한이 불량국가(rogue nation)라는 점을 살피면, 내가 보도한 바와 같이, 북한은 아마도 20여기(a couple of dozen)의 핵무기를 잘 숨겨놨다. 이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이 두려워해 운동복 차림으로 잘 정도였다. 심지어 화장실에도 경고등이 있어 매티스 장관이 샤워할 때도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알리도록 했다.

이 대목은 오역 논란과 관련 있다. 『격노』에서 우드워드는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3ㆍ14ㆍ15형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이어 발사한 2017년 미군의 대응을 이렇게 썼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작전계획(작계) 5027, 즉 핵무기 80기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을 면밀히 연구하고 검토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미국이 핵무기 80기로 북한을 타격하는 계획을 검토했다’는 해석이 틀리고, ‘북한이 한ㆍ미 동맹을 상대로 핵무기 80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검토했다’는 해석이 맞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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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인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쓴 『격노(Rage)』 표지. [중앙포토]

특히 청와대가 총대를 멨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미국이 핵무기 80개로 대응을 검토했다’는 부분에 대해 “오역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전문이 발간되면 확인해 주기 바란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작 저자인 우드워드는 당시 북한의 핵탄두를 80기가 아닌 20여기로 추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들어보면 『격노』에서 헷갈렸던 부분과 관련, 우드워드가 말하려 했던 맥락이 분명해진다.

Q : 켈리=그(매티스 전 장관)는 북한에 대한 핵타격 명령을 내려야 할까 걱정했다.

A : 우드워드=맞다. 분명 그랬다. 그러나….

Q : 켈리=미 본토로 향하는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은 아니고 말인가.

A : 우드워드=그렇다. 왜냐하면 북한이 미 본토로 쏜 미사일에는 핵탄두가 장착됐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매티스 전 장관에게 격추 권한을 줬다. 만일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른 모든 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내게 ‘그 누구도 수백만 명을 불태워 죽일 권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가 직면한 현실이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공격할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이 문제라고 믿었다.

오역을 가리는 핵심은 “핵무기 80기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이 수식하는 대목이 ‘북한의 공격(an attack)’이냐 ‘미국의 대응(U.S. response)’ 여부다. 그런데 우드워드는 매티스 전 장관이 북한 핵타격 명령에 대해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2017년 당시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미사일 격추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핵공격으로 맞서는 것을 검토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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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미국에 대해 더 이상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며 "북한은 지금까지 전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를 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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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워존은 우드워드의 NPR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핵탄두 80기는 미국 작전계획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1956년 북한 핵 공격 계획을 다룬 ‘1959년에 대비한 핵무기 소요연구(Atomic Weapons Requirements Study for 1959)’에서 북한 도시 28곳을 비롯해 군사ㆍ산업 시설, 북ㆍ중 접경지역, 항구 등 90개가 넘는 핵 공격 지점을 선정했다. 2017년 미국이 북한에 80기의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이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범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청와대가 ‘2017년 정부가 남북한 상황을 잘 관리하지 못해 핵전쟁 문턱까지 갔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오역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국내에 나오지 않은 책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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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미국이 작성한 핵공격 시나리오엔 북한의 주요 도시를 포함한 90곳 이상의 목표를 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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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드워드는 ‘작계 5027’에는 미국의 북한 공격 방안으로 핵무기 80기의 사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기술했으나 이는 다소 부정확하다. 작계 5027은 2015년 작계 5015로 대체됐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는 내용이 ‘작계 5015’에 포함돼 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다만, ‘작계 5015’에는 북한의 어느 곳을 핵탄두로 타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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