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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트럼프 “후임자 내주 지명”… 민주당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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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임명땐 ‘보수6 대 진보3’… 배럿-라고아 등 여성 법관 거론

민주당 “공석으로 비워놔야”

동아일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타계하자마자 미국 정계에서 후임 대법관 지명·인준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누가 후임 대법관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 사법부의 성향이 달라지게 되고, 이는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대법관은 종신직이며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후임자 후보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다음 주 후임자를 지명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45명의 후보 이름이 적힌 명단을 갖고 있다면서 “아마도 여성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 바버라 라고아 제11연방고등법원 판사 등 대법관 후보로 알려진 인물들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 다 매우 존경받는 법관들”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후 진행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 연설에서도 “매우 능력 있고 똑똑한 여성이 (후임 대법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빈자리를 채우세요(Fill the seat)”를 연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2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을 추가로 임명하면 현재 5 대 4인 보수 대 진보 성향 대법관의 비율이 6 대 3으로 바뀌게 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 대법관이 후임으로 임명되면 기존의 진보 성향 판결들이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조시 홀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지명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신 6개월까지는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인정한 이 판결은 진보적 판결의 대명사로 평가받는다. 총기 규제, 성소수자 권익 등에 있어서도 판결이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임종 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는 나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유언까지 남긴 이유다.

특히 올해는 법원의 판단이 대선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 지명을 서두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확대에 반대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이 벌어졌지만 연방대법원이 전면 재검표를 불허하면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진보 진영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될 때까지는 공석으로 비워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16년 2월 보수 성향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별세하자 진보 성향의 메릭 갈런드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인준에 나서지 않아 무산된 사례가 있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 100명 중 53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을 강행하면 민주당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만 공화당 상원의원 중 3명 이상이 반대하면 인준이 무산될 수 있다. 이미 공화당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사이인 리사 머코스키, 밋 롬니 상원의원 등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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