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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노력은 가상하나…‘어설픈 무협’ 뮬란 흥행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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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겨냥해 원작 대폭 바꿔

“미녀 유역비의 무협 액션극 둔갑”

홍콩 발언 등 논란 속 관객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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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스타 유역비(류이페이) 주연의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은 1998년 애니메이션 원작과 전혀 다른 색채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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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10만9588명. 제작비 2억 달러(약 2327억원)의 대작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의 지난 17일 국내 개봉 후 성적이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도 참담한 수준이다. 개봉일 1420관(스크린 점유율 31.3%)에 내걸렸지만 좌석 판매율은 ‘테넷’이나 ‘오! 문희’에 뒤처진 3.4%에 그쳤다.

10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스타 유역비(류이페이)가 남장 여전사 뮬란/화준으로 변신한 이번 영화는 1998년작 애니메이션이 바탕이지만 원작과 별개라는 평가가 많다. 전쟁 장면 때문에 디즈니 실사 리메이크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PG-13(13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 등급을 받았다. 신비의 동물 캐릭터들(대표적으로 용 무슈)이 빠지고 ‘리플렉션’ 등 뮤지컬풍 명곡들은 오케스트라 삽입 음악으로 대체되는 등 무게감을 올렸다. 여기에 비장한 ‘충·용·진·효’ 사상 강조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가족영화라기보다 무협 여성 성장물로 보인다. 김광혁 문화해설가는 “유역비의 검술 액션 등 볼거리로 노린 것은 많지만 아시아인들이 익숙한 중국·홍콩 무협영화 눈높이에 못 미치는, 할리우드가 이런 것도 만들 줄 안다고 과시하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무엇보다 애니 원작에선 간과된 역사적 고증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예컨대 뮬란 가족 등이 사는 집단 원형주택 토루(土樓)는 명나라 이후 중국 남부에서 발전한 전통가옥인데 시·공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연걸(리롄제)이 분한 황제와 황성 모습도 애초 설화의 배경인 남북조 시대와 따로 논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영어로 중국(China)을 얘기하는데, 극 중 충(忠)의 대상인 나라를 현재 중국으로 단순화한 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거드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만화영화에선 전설로 넘길 부분도 실사영화가 되면 역사의 한 대목으로 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역비의 ‘홍콩 경찰 지지’ 입장 표명 등 중국 인권 이슈와 관련한 해시태그 보이콧뮬란(#boycottmulan) 운동도 흥행 저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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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디즈니 실사 영화의 흥행 성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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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의 부진은 지난해 ‘알라딘’과 ‘라이언 킹’ 동반 흥행으로 한껏 고무된 디즈니의 애니 실사화에서 아픈 손가락이 될 전망이다. 진행 중인 디즈니의 실사 영화 프로젝트는 약 20건. 일단 내년엔 ‘101마리 달마시안’(1961)을 탈바꿈한 ‘크루엘라’가 개봉 예정이고 현재 ‘인어공주’ ‘피터팬과 웬디’ ‘백설공주’ 등이 촬영 중이거나 프리프러덕션 단계다. ‘정글북’과 ‘알라딘’은 실사영화의 후속편 형태도 선보인다.

‘뮬란’이 겨냥한 중국은 디즈니가 인도와 더불어 주력하는 시장이지만 미·중 관계 악화라는 치명적인 대외변수가 존재한다. 김광혁 문화해설가는 “디즈니는 내년에도 마블 히어로물로 중국 주인공을 내세운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를 선보이는 등 중국 자본을 노리고 있지만 ‘뮬란’에서 보듯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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