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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승리했다"... 10만명 모인 태국 反정부 집회, 국왕에 요구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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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혁명 기념판 복원해 재설치
다음달에는 1973 봉기 기념 총파업
한국일보

20일 태국 방콕 시내 왕궁 바로 옆에 복원 재설치된 태국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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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왕에게 요구 사항을 건넸고 승리했다.”

태국 방콕에서 이틀에 걸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태국에서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도 나왔다. 2014년 태국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왕실 개혁 목소리가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주말인 19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방콕 시내 왕궁 바로 옆 사남루앙 광장에서 밤을 지샜다. 이어 20일에는 3년 전 파손되고 도난당했던, 태국의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기념하는 명판을 복원, 재설치했다. 주최측은 이날 재설치한 기념판은 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즉위한 이후인 2017년 4월 갑자기 사라진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화 혁명 기념판은 태국이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계기가 된 1932년 무혈 혁명을 기념해 1936년 왕궁 인근 광장 바닥에 설치된 역사적 기념물이다. 외신들은 새 기념판에는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지, 그들이 우리를 속여온 것처럼 군주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후 국왕의 조언자들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탄원서를 전달하겠다며 행진을 시작했다. 학생 지도자 파나사야 '룽' 시티지라와타나쿨(21)은 직접 무대에 올라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에게 민주화 개혁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 태국 법에 따르면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행위다. 태국 헌법에는 군주는 존경받아야 하고 (권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형법에는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금지한 왕실모독죄가 규정돼 있다. 왕실모독죄 위반 시 최장 15년까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10개 항의 민주화 개혁 요구들에는 왕정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폐지, 새 헌법 제정, 왕실 폐지, 군정 축출, 국왕 경호원 해산 등이 포함돼 있다. 시위대는 당초 10개항의 요구 사항을 국왕에게 조언하는 추밀원에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파나사야는 경찰이 추밀원에 이 같은 요구 사항들을 대신 전달하기로 합의했다며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군주제가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를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집회 지도부는 이틀간 집회를 통해 군주제 개혁 요구를 공론화했다면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24일에는 의회 해산 및 헌법 개정을 관철하기 위해 의회 주변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14일에는 1973년 10월 14일 민중봉기를 기념하는 차원의 총파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최측은 19일 집회에 10만명가량이 참석(경찰 추산 2만명)했다고 주장하면서 군주제 개혁을 위한 목소리가 크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찰 측 추산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반정부 집회는 2014년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주도한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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