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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 “긴즈버그 후임 다음주 지명”…‘대법관 인준 전쟁’ 본격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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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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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진보의 상징’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타계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후임자 임명을 둘러싼 ‘대법관 인준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사법부의 성향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 후임자 임명의 시기와 인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하루 만인 1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후임자 후보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다음주쯤 후임자를 지명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45명의 후보가 적힌 명단을 갖고 있다면서 “아마도 여성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신속한 결정을 내린 뒤 이를 의회에 보낼 것”이라며 “(후임자 지명) 절차들이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버라 라고아 제11연방고등법원 판사,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 등의 후보로 알려진 판사들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 다 매우 존경받는 법관들”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후 진행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 연설에서도 “매우 능력 있고 똑똑한 여성이 (후임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여러 명의 여성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했다.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빈 자리를 채우세요(Fill the seat)”를 연호했다.

9명인 연방대법관의 이념성향은 긴즈버그를 포함해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분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 대법관 등 보수 성향 대법관 2명을 임명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또 다른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면 보수 대 진보 비율이 6대 3으로 바뀌게 된다. 진보 진영으로서는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 대법관이 후임으로 임명되면 기존의 진보 성향 판결들이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당장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조시 홀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차기 지명자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판결은 1973년 임신 6개월까지는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진보적 판결의 대명사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총기규제, 성소수자 권익 등에 있어서도 판결이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는 후임 지명자는 상원에서 인준받을 것”이라며 신속한 의회 인준 절차를 공언했다. 법사위원장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후임 대법관 지명과 관련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노력도 지지한다”며 힘을 실었다. 그는 앞서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번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유권자가 대통령을 뽑고 그 대통령이 상원에서 검증할 대법관을 뽑아야 한다”며 “대법원의 판결은 앞으로 수세기 동안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될 때까지는 공석으로 비워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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