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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발 원자잿값 급등… ‘슈퍼 사이클’ 전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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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부양책은 인프라 투자” 中 산업생산 증가율 최대폭

세계 각국, 코로나19 대응에 재정·금융 정책 여력 한계
인프라 투자에 집중...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데자뷰
미국, 대규모 인프라 투자 예고…"철광석 등 가격 꾸준히 오를 것"


이투데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슈퍼 사이클(Super cycle)’ 조짐이 선명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느라 세계의 재정·금융 정책 여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각국이 다음 단계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는 기대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아직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어 종식 선언을 하기엔 이르지만, 글로벌 경제 회복기가 곧 도래할 것이란 신호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가장 먼저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이 원자재의 슈퍼 사이클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15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인프라와 기계 등 물리적 자산에 지출된 자본 규모를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8월 마이너스(-)0.3%로 올해 들어 가장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2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24.5%까지 내려갔던 것을 고려하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 기조에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댄 왕 항셍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연초부터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 주도 인프라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그 여파로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인프라 집약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재선 시 2기 행정부 정책으로 1조 달러(약 1164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투자 분야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5세대(5G) 통신망 등 전통적인 기반 시설에 집중될 전망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년간 2조 달러 규모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공약했다. 친환경에너지 확대 등 ‘그린뉴딜’에 좀 더 방점을 찍은 것이긴 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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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투자에 의한 경제 성장은 원자재 시장의 호재로 이어진다. 인프라 투자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14일 t당 130달러대를 돌파하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4분기까지 철광석 가격은 t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원자재 정보 제공업체인 S&P글로벌플래츠가 중국 철강업계 관계자와 주요 글로벌 자원회사 등 2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4분기 철광석 가격이 t당 100~110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척도)로 꼽히는 ‘닥터 코퍼’ 구리 역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3개월물 구리 가격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3월 t당 4626.50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올라 15일에는 2년 만에 최고치인 t당 6830달러에 근접했다.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구리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4월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권까지 주저앉았던 WTI는 3개월 동안 빠르게 회복하며 배럴당 4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6월에 사상 최고 수준의 원유 수입량을 기록하며 원유 가격 회복을 견인했다. 맥스 레이턴 씨티은행 EMEA 원자재 책임 연구원은 “중국 건설부문의 반등은 전반적인 산업 원자재 시장의 랠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단기 상승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앤디 크리칠로 S&P글로벌플래츠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단계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라며 “인프라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는 이것을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목격했다”며 “인프라 투자는 산업 원자재 랠리로 이어졌다. 그것은 슈퍼 사이클이다”라고 덧붙였다.

니테이 샤 위즈덤트리인베스트먼트 연구 책임자 역시 “많은 국가에서 경기 부양이 인프라 투자 집약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지금 같은 시기에 수십 년간 미뤄온 인프라 계획을 실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커다란 브이(V)자 회복을 기대하진 않지만, 약간의 회복이라도 산업 분야에는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용어설명 : 슈퍼 사이클

원자재 가격이 20년 주기로 등락을 반복한다는 개념이다. 직전 슈퍼 사이클은 2003~2008년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던 시기다. 이때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30달러에서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다시 하락기를 맞았다.

[이투데이/최혜림 수습 기자(rog@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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