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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자 못낸 대출만 1兆.. 자영업부실 떠안은 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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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이자 유예규모 174억
3분기부터 연체 늘며 '비상신호'
당국도 입장 바꿔 "충당금 쌓아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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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이 원금은 물론 이자도 받지 못하는 '산소호흡기 소상공인(개인사업자)' 상대 대출이 1조700억원(대출잔액)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산소호흡기 소상공인'의 이자 납부유예 규모는 총 2000여건으로, 1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자 시중은행들은 이자 납부유예 소상공인 대출이 부실·파산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하고 올 4·4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이자 납부유예=산소호흡기'라는 우려 속에서 충당금을 더 쌓도록 시중은행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3·4분기부터 은행 지점에서 소상공인들의 연체가 속출하고 있어 이자 납부유예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긴급점검에 들어가는 동시에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A시중은행장은 "현재 이자 납부유예를 신청한 소상공인 대출은 부실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은행의 B지점장은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 납부유예를 시행 중이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 소상공인의 이자 납부유예 규모는 174억원(2000여건)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 이자 납부유예에 해당되는 대출잔액은 5대 은행 1조7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은행별로 각각 1200억원에서 3700억원의 대출잔액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증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이나 시장의 부정적 평판을 감수하고 이자 납부유예를 신청하는 것은 향후 이자유예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자지급 능력으로 소상공인의 재정상태를 파악하는데 현재는 깜깜이 평가가 되고 있어 소상공인의 폐업률이나 매출 감소 등으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은행들은 이들 소상공인의 이자 납부유예 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이자 납부유예를 신청해도 금융당국에서 정상여신으로 판단해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최근 이자 납부유예 소상공인 대출의 심각성을 인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납부유예 대출에도 충분한 충당금을 쌓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자 납부유예 대출에 대해 신용등급은 내리지 않고 충당금은 쌓으라는 것. 은행들은 뒤늦게 대출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충당금 쌓기에 나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납부유예 개인사업자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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