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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어제 같다" 분노하는 안산시민들 [한승곤의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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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전과 17범' 조두순 "반성한다. 안산 살고 싶어"

범행 직후 치밀한 증거 인멸…법정서도 범행 부인

"반성 말도 안 되는 소리" , "있을 수 없는 일" 안산 주민들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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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찾은 안산역. 조두순이 출소한다는 소식에 안산 시민들은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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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오는 12월 출소하면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이자 거주지였던 경기 안산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의 면담에서 "죄를 뉘우치고 있다. 출소하면 원래 살던 안산으로 돌아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겠다"며 안산으로 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인데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아예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부터 조두순이 출소하는 날, 교도소 정문에서 기다리다 위해를 가하겠다는 글도 넘쳐났습니다.


지난 14일 안산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관련기사| "조두순 말도 꺼내지 마라" 안산 시민들 '조두순 사건' 분노 여전 [르포])


그런데 사실 '조두순 사건'은 2009년 9월22일 한 지상파 시사 방송을 통해 비로소 크게 알려졌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2008년 12월11일에도 이 사건은 알려졌지만 온 사회가 분노로 들끓게 된 시점은 방송을 통해서 피해자의 극심한 고통이 알려진 뒤 입니다.


이렇다 보니 안산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할 때 2008년 12월 범행 현장 인근에서 사건 소식을 듣고 온몸으로 조두순 사건을 겪은 주민들의 반응이 필요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의 심경이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에 가장 솔직한 답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안산역에서부터 인근 시장은 물론 택시 기사들과 지하도 상인, 인근을 지나는 직장인 등 수소문 끝에 드디어 사건이 일어날 때 인근에 있었고 지금도 안산에 사는 한 주민을 찾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일어난 사건이지만 김 모 씨 기억은 마치 어제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듯 생생했습니다. 그는 "당시 주민들은 그 사건으로 인해 대단한 충격을 받았고, 조두순이 안산으로 온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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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안산역 인근에 있는 다문화거리 시장에서 안산 시민들이 장을 보는 등 여가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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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중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저곳에서 그 일이 일어났다"라며 위치까지 정확히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본인과 같이 십수 년째 안산에 사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조두순이 안산에 오는 것을 반대한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리킨 저곳으로(범죄 발생 지역) 가 주민들의 얘기를 더 들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시민들이 얼마나 조두순이 안산에 오는 것을 반대하는지를 더 알리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 따라 OO동 인근에서 자세한 취재는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혹시 느낄 수 있는 언론 보도에 의한 충격과 실망, 그리고 피해자가 아닌 사람은 알 수 없는 어떤 트라우마가 다시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더는 언론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범죄가 일어났던 현장으로부터 멀리 있는 길목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김 씨 예상대로 분노로 가득했습니다. "도대체 조두순이 왜 나오는 거냐" 등 정부를 향한 불만부터 아예 '조두순'이 대화로 오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또한, 어른들은 그날의 기억을 정리하고 살고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이 사건을 알게 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술을 먹고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인정한 판사를 향햔 울분도 쏟아졌습니다. 2008년 12월11일 사건 이후 주민들의 분노는 어제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여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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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3월16일 오후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


그도 그럴 것이 조두순의 범행은 술 먹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범행 과정부터 증거를 인멸하기까지 매우 치밀했습니다.


실제로 범행이 일어난 공간에서의 증거인 조두순의 지문은 겨우 3점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현장 감식반은 6시간 동안 감식을 통해 문틈에서 △왼손 무지(엄지손가락), △좌측 검지, △오른손 무지 지문을 발견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과 확보한 증거 등을 통해 조두순의 자택을 찾아가 사건 발생 3일 만에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잡고 보니 조두순은 성폭력과 상해치사 등으로 전과 17범이었습니다.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에 없다는 그는 경찰에 붙잡히던 순간에도 술에 취해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거나 변명할 때는 거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가 조두순의 머리가 검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가 염색한 검은색 머리에서 흰머리가 나오자, 피해자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피해자를 범행 현장에서 보기만 했지 어떤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도 하는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또 징역 12년 형을 선고 받았는데 형량이 가혹하다는 이유로 항소,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조두순이 반성을 하고 죄를 뉘우치며 피해자에 미안함을 표시한다고 할 때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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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OO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폐쇄회로(CC)TV.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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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자 법무부와 경찰, 국회의원, 지자체는 조두순 출소 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안산시청에서는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 후 언론에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두순 출소 이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확실히 하되 1대 1로 보호관찰을 하며, 24시간 위치추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출소 후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즉시 구인 수사하며 경찰은 특별대응 TF를 구성해 가동하고, 등하교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간담회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조두순의 출소와 관련해 법무부 차원에서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라며 "안산 주민, 나아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주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안신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나이 주소 등을 밝힐 수 없다고 한 주민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두순이 나온다고 하는데,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것은 아닌가요? 나라에서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벌써 제가 느끼는 이 두려움과 분노는 누가 어떻게 조치를 하나요?"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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