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2904613 0362020092062904613 01 0102001 6.1.20-RELEASE 36 한국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00589400000 1600589436000

"청년들 공정 눈높이 절감"... 문 대통령, '반성'했지만 '책임'엔 거리두기

글자크기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해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공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저는 여러분과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입을 뗀 뒤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기념사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는 37번 등장했다('불공정' 10번 포함).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을 시작으로,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특혜 의혹, 올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등 문재인 정부를 크게 흔든 공정 논란에 '적극' 반응한 것이다. 청년들의 해결 요구가 가장 큰 사안을 정부가 '불공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작심하고 남김없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공정에 익숙"… 기성세대 한계 인정


문 대통령의 '공정 다짐'이 이례적이진 않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이다.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공정과 정의를 갈망하는 촛불 민심입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다.

19일 청년들 앞에서 문 대통령이 꺼낸 '공정'은 그간의 것과 다소 달랐다. 선언과 다짐의 비중을 줄이고, 성찰과 반성의 언어를 더했다. 문 대통령은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특권과 반칙이 만연한 사회에 살았다"며 "기성세대가 불공정에 익숙해져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을 찾아 나선 것은 언제나 청년들이었다"고 했다.

또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찰의 계기" 말했지만 구체 사안엔 침묵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불공정 논란에 불붙인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침묵을 택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에도 거리를 뒀다. 인국공 사태를 우회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불공정도 있었다.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그러나 인국공 정규직화 추진의 거칠고 성급한 과정을 합리화한 측면이 있다. 청년들에게 상처를 안긴 정부 정책 실패를 "대통령이 성찰하는 계기"로 치부하는 인식은 위험하다.

문 대통령은 교육과 병역 등에서 공정을 다짐했다.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 관련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하고, 추 장관 사태에 일절 침묵하는 문 대통령이 교육ㆍ병역의 공정을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많은 시간 걸릴 것" 현실적 한계


문 대통령은 공정사회 구현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 공정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긴 호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며, 그에 따른 답답함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달성할 수 있는 공정'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앞으로 불공정 이슈에 거리를 두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야권에서 나왔다. 공정을 화두로 내세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차에 들어서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어떻게' 달성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도 제시하지 않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불공정에 대한 정권의 총력 옹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37번이 아닌 1,000번 공정을 외친들 청년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방탄소년단(BTS)으로부터 음악적 성과물과 메시지 등을 담은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 이날 전달된 선물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탁됐다가 제20회 청년의날에 공개된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TS 기념식 참석… “불빛이 돼달 라”


19일 기념식엔 방탄소년단(BTS)이 청년 대표로 참석해 "여러분(청년)의 훌륭한 생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그보다 더 미래의 청년을 위해 앞장서 시대의 불빛이 되어주시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19년 후 청년들이 '언박싱'할 선물도 전달했다. 행사를 기획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내 청년 시절의 생각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19년 뒤의 청년들을 위해 BTS에게) 부탁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