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전세대란 하남, 위장전입 극성…"月 20만원에 고시원 주소로 옮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생생부동산]전세가 폭등 하남, 전세 실종…위장전입·깡통전세 주의보



머니투데이





"발 빠른 사람은 고시원으로 비거주 전입 신고(위장전입)했죠"(하남시 A공인중개업소)


"하남 전세가가 '미쳤습니다'. 전세 매물도 전멸했어요."(하남시 B공인중개업소)



3기 신도시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경기도 하남시의 전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신축·구축 할 것 없이 전세매물은 씨가 말랐고, 가끔 나오는 매물은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세 품귀 현상 속에서 호가도 수천만원씩 뛰자 교산 신도시 청약을 노리는 대기 수요자의 마음도 바빠졌다. 실거주할 집을 구하지 못한 대기수요자 중에는 고시원으로 위장 전입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20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4일까지 하남시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14%로 수도권에서 세종시와 용인시 기흥구 다음으로 높다.


"하남 전세요? 하늘의 별 따기"…전세가, 매매가 턱밑

지난 17일 오전11시 하남 신축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미사강변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조용했다. 임대차3법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화 문의만 간간이 왔다.

하남시 미사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1000세대 아파트 매물이 2~3개고, 전세 매물은 아예 없는 곳도 많다"며 "1건 거래되면 무조건 신고가 거래고, 전고점보다 수천만원씩 뛰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 골든센트로'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30일 5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7월 4억3000만원 이후 한 달 만에 1억원 뛰었다.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1㎡ 전세는 지난달 20일 7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8억5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구축아파트가 많은 구도심도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신축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구축으로 몰려가면서 구축 대단지 전세가도 가파르게 상승했고,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하남시에서 가장 많은 2055가구가 사는 창우동 부영아파트는 현재 전세 매물이 없다. 1700여 가구가 사는 창우동 꿈동산신안아파트는 지난달 23일 4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호가는 현재 5억3000만원이다.

머니투데이


전세가가 급등하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점점 줄어든다. 특히 구도심 일부 나홀로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 500만원~3000만원까지 좁혀지며 깡통전세 우려도 제기된다.

하남시 덕풍동 한솔파로스 전용 55㎡가 지난 7월10일 2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크기 전세가 지난 16일 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덕풍동 하남대동피렌체 전용 32㎡는 지난 2일 1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아파트 전세가 지난달 3일 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임대차 3법으로 공급↓…3기 신도시 대기수요↑

전세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건 임대차 3법과 3기 신도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남시 풍산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사강변신도시 내 신축아파트 전셋값은 입주 때보다 2~3배 정도 올랐는데 기존에 전세를 임차인 중 누가 나가려고 하겠냐"며 "기존 임차인들의 과거 전세 보증금 가지고는 지금 거주 환경을 누릴 수 없으니 어떻게든 붙어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나오는 임대 물량 중 반전세 비중이 늘고 있다"며 "현재 나온 반전세 물량에 전월세 전환율 2.5%를 적용해 역으로 계산해 보면 전세보증금보다 가격이 더 높아지는데 결국 세입자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공급이 줄었지만 3기 신도시를 노리는 대기수요가 계속 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까지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하남의 유입 인구가 1만1290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 달 평균 1613명이 증가한 셈이다.


고시원 위장전입도 이뤄져..."수도권 3040대 문의 계속"

교산신도시 인기가 많아지며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위장전입'을 노리는 사람도 증가한다. 당해지역으로 청약에 당첨되려면 실거주 2년이 필요한데 이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다.

실제 하남시 일부 고시원에서는 비거주 전입신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하남시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 방 구합니다', '하남 빈방, 고시원 비거주 전입 구합니다' 등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남시 C고시원 관계자는 "발 빠른 사람들은 지난해부터 찾아와 전입신고를 해 놓았고, 최근에도 동탄에서 찾아와 계약을 했다"며 "월세 20만원을 내야 하는데 3년 기준으로 500만원 선불로 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편물이 오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있다"며 "나중에 단속에 걸릴 수도 있으니 하남에 안 살더라도 한 번씩 찾아와 교통카드를 쓰거나 물건을 사는 걸 증거로 남겨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남시 D고시원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위장전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오고 특히 3040대가 많이 문의를 한다"며 "단속이 나오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사전에 말을 잘 맞춰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