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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주호민 “기안84 옹호는 오해…‘시민독재’ 발언은 과장된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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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독재’ 발언으로 ‘기안84 옹호’ 논란일자 하루 만에 사과

“대중에 의한 검열, 심해진 것 맞아”

“시민독재라는 건 제가 조절을 하지 못해서 나온 실언이고, 굉장히 사과를 드립니다.”

스타 웹툰 작가 주호민(39)이 이른바 ‘시민독재’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19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주호민은 지난 18일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Twitch) 방송에서 “옛날엔 국가에서 검열을 했다면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며 “서로 검열하는 시민 독재는 더 심해질 것이다. 희망이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은 인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네이버 웹툰 ‘복학왕’과 만화가 삭(본명 신중석)의 격투 웹툰 ‘헬퍼’에 대해 여성 혐오 비판 논란이 제기되면서 작가가 사과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로 유명한 스타 웹툰 작가인 주호민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실상의 검열”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실상 기안84를 감싼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주호민은 논란 하루 만인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과의 말씀’을 방송했다. 9분 47초 분량이다. 주호민은 ‘시민 독재’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기안84 감싸기’ 등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시민독재 발언은 과장…단어 선택 신중하지 못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나온 방송은 ‘위펄래시’ 콘텐츠다. 웹툰 작가 지망생들의 원고를 받아 첨삭 지도를 해주는 방송이다. 주호민은 이에 대해 “위펄래시에 응모를 했는데 소개가 되지 못한 작품도 있다”며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은 소개할 수가 없다. 이런 것은 그려서도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주호민은 “모든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기준이 다르다는 건데, 제가 생각한 기준은 ‘누가 봐도’라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 피해자나 선천적 질병을 희화화하는 것이나 미성년자 성(性) 콘텐츠를 부적절한 것으로 제시했다.

주호민은 “그런 것들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이 돼 있어도 그려서는 안 된다고 했고, 그와 별개로 대중들에 의한 검열이 굉장히 심해졌다”며 “그래서 창작자들의 의욕이 꺾이는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펄래시 마지막 시간이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용기를 갖고 재밌다고 생각하면 그려라, 그런 견지에서 말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호민은 “시민독재라든지 이런 것들은 제가 조절을 하지 못하고 나온 실언이고, 그 부분에 있어 굉장히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적절한 단어를 모르겠지만 (시민독재라는 표현은) 과장이 된 말”이라고 했다.

◇ “기안 84 만화 안 본다…전반적 분위기 얘기한 것"

‘복학왕’의 기안84나 ‘헬퍼’의 삭 등 동료 작가를 옹호하려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호민은 해명했다. 주호민은 “많은 분이 오해를 하시는 게 기안84나 헬퍼 얘기 아니냐고 하는데 (두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만화를 보지 않는다”며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얘기였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 한 신인 작가가 일진들이 애들을 괴롭히는 내용을 그렸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걸 그릴 수 있느냐’는 댓글이 달렸고, 작가가 ‘일진들이 참교육을 당해 갱생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며 “작가가 위축이 돼 ‘사실은 이렇게 그리려고 했다’며 뒷내용을 말해버린 거다. 그게 되게 이상해보였다”고 했다.

주호민은 “이런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웹툰 뿐 아니라 웹소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 것들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건데 그 와중에 과격한 단어를 사용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주호민은 “이 기준은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자신의 통찰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점점 기준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뿐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그런 게 많다”고 했다.

◇"천안함 그림, 제가 완전히 틀린 것…죄송"

정치 성향에 대한 비판에도 해명했다. 그는 “이것과 별개로 갑자기 정치 성향에 대한 그런 것(공격)들이 막 들어오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성향에 대한 비판은) ‘이런 분위기를 만든 사람들이 이번 정권인데, 이번 정권을 지지해놓고 무슨 소리냐’ 이런 이야기 같다”며 “(시민에 의한 검열은) 정권하고 상관 없이 진행돼 왔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멈출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건 미국이 제일 심한데, 미국은 지금 대통령이 누구신지 아시지 않느냐”며 “저는 그게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웹툰작가 주호민이 그린 천안함 관련 일러스트.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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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을 희화화한 그림을 그린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명했다. 그는 “10년 전에 그린 것인데, 그릴 당시에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첨예하게 의견들이 갈리는 상황이었다”며 “상대 진영을 희화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에 유명했던 ‘인간어뢰설’이 있어 그걸 그렸는데,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한 게 맞다. 제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며 “그 점에 있어서는 큰 사과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했다.

주호민은 “제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잘못된 게 당연히 많고, 실수도 너무 많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 많다”라며 “되돌릴 수가 없으니 잘못한 것을 알고 그냥 살아간다. 죄송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종종 실수를 한다”라며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좋겠다. 죄송하다”라며 연거푸 사과했다.'

◇ 다음은 논란에 휩싸였던 주호민의 ‘시민독재’ 관련 주요 발언 전문

“지금 웹툰이요. 검열이 진짜 심해졌는데 그 검열을 옛날엔 국가에서 했잖아요.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합니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거 굉장히 문제가 크고요. 큰일 났습니다. 진짜 이러면 안 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보통 일어나거든요. 아. 그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더 넓히는 방법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면 확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내 생각이 맞는 이유가 네가 미개해서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 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걸 보여준 적이 없다. 너는 항상 미개한 놈이야 항상 이런 식으로만 가니까 오히려 반발심이 생기고 이상해집니다. 아마 미국도 그렇고 더 심해질 거예요.

시민 독재가. 서로 검열하고. 그래서 희망이 없어, 예전에 만화 그리던 때가 최고 제일 좋았다. 나 그리던 2000년대가 제일 좋았다.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뭘 할 수가 없어. 아주 힘겨운 시기에 여러분은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겁니다. 계속 그 생각을 해야 해. 그려도 되나? 이거 해도 되나? 그 생각 자체를 한다는 게 정상이 아니든요. 아무튼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만 하려고. 그래서 아무튼 만화 그리시는 분들 힘 내시고 일단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면 그리세요. 지금 이 문제가 뭐냐면은 뭔가 아작이 나 잘못을 안했는데도 아작이 난단 말이에요 심지어. 잘못 걸리면. 그래서 사과를 하잖아요? 잘못한 게 없을 수도 있어, 그런데 사과 하잖아 그러면 진정성이 없대. 해도 진정성이 없대. 그냥 죽이는 게 재밌는거야. 사과하면 더 패. 아유 아무튼 지금 굉장히 피곤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소시효도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런 말 한다고 달라지겠어요? 이거 퍼가서 또 욕하겠지 상관없어. 아무튼 고맙습니다. 끝에 약간 좀 심각한 이야기를 했네요. 리코더나 불면서 끝낼까? 리코더나 불자.”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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