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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이사국들 반대에도…미국, 대이란 제재 복원 일방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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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이사국 15국 중 13국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스냅백’ 결정

조선일보

지난 11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은 19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의 복원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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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각)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유엔 제재의 복원’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대이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의 ‘스냅백’(snapback·상대가 협정을 위반할 경우 혜택을 철회하는 장치)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란이 지난 2015년 안보리 상임이사국 5국 및 독일(P5+1)과 합의한 핵 협정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POA)을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합의로 해제된 안보리 제재를 복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는 항상 중동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혁명을 전파하기 위한 폭력적 노력으로 수천 명을 죽이고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뒤집어 놓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며 “역사는 유화정책이 그런 정권을 대담하게 만들 뿐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오늘 미국은 세계적 테러 지원국이자 반유대주의 국가인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해 이전에 종료됐던 거의 모든 유엔 제재가 복원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란에 대한 유엔 차원의 무기 금수 조치는 오는 10월 해제될 예정이었다. 미국은 지난달 14일 이를 연장하자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 투표에 부쳤으나 찬성표가 2표 밖에 나오지 않아 부결됐다. 미국·도미니카공화국만 찬성했고, 러시아·중국은 반대, 영국·프랑스·독일을 포함한 11국은 기권했다. 이에 “미국의 굴욕”(영국 일간 가디언), “외교 참사”(미 카네기평화재단)란 평가가 나왔으나 미국은 이란을 계속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미국은 안보리 의장에게 이란이 JCPOA 핵 합의를 심각하게 준수하지 않고 있어 제재 복원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핵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30일 후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절차를 가동한 것이다. 즉각 나머지 이사국 13국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30일이 지나자마자 스냅백 절차가 완료되었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을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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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9일(현지시각) 미 국무부가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 복원을 알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성명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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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 1696호, 1737호, 1747호, 1803호, 1835호, 1929호의 모든 조항이 다시 효과를 갖는다”며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이 조치들을 이행해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따를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 “만약 유엔 회원국이 이 제재를 이행하는 의무를 다하는 데 실패하면 미국은 미 당국을 통해 그 실패의 대가를 부과할 준비가 돼있다”며 “수일 내로 미국은 유엔 제재 이행을 강화하고 위반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다양한 추가적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비록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이란 제재 복원이 합의되지 않았더라도,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를 미국이 독자적으로 적발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복원 선언 전날 영국·프랑스·독일이 유엔 안보리에 제재 복원을 위한 어떤 결정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미국이 이처럼 유엔 제재를 사실상 독자 제재화하면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제재 위반자에게 미국 관할 내 개인·단체와의 거래 금지,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 여행 금지 같은 제재를 부과하면 대부분의 개인·단체는 미국의 제재가 두려워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이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대이란 안보리 제재 위반을 이유로 외국 은행·기업에 미국과의 거래 금지 조치를 취하면 달러 거래가 막힌 은행이나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퇴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은 도이체방크는 미국으로부터 3억 달러(약 35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유엔 조치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이란 정권은 곧 세계 전역에서 보다 자유롭게 무기를 사고 팔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로 세계 최고의 테러 지원국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획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은 이란이 (무기)확산 위협을 억지하고, 혼란·폭력·유혈의 전파를 차단하는 포괄적 합의를 미국과 맺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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