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다가 정치적 파문이 인 사례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윤 의원 사례가 처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두고 우연한 유출이 아닌 의도적인 공개 아니냐는 시선도 여전하다.
1. "형님,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전 의원은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문자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당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김재원 전 의원이 김무성 전 의원에게 사과하는 내용. 김재원 전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전입수' 발언의 발설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상태였다.
문자에서 김재원 전 의원은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김무성 의원)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중에 시간을 주시면 찾아 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고 했다.
해당 내용이 공개된 후 김재원 전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전 의원에게 직접 다시 한번 사과했고, 김무성 전 의원은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을 다독였다.
2. "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
2016년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졌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 전 의원은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이러던 와중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지원 전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보던 문자가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의원 휴대폰 문자에는 "장관님, 정현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것 아시죠. 부족한 제가 자꾸 인내의 한계를 넘으려고 해요. 백 번 이해하려고 해도 이렇게 반복해서 비서 운운하시니까 정말 속이 상합니다. 아무리 아래지만 공당의 장수인데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전 의원이 보낸 내용이다.
박 전 의원은 "그러니까 잘해. 이해하고 알았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은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 문자를 보냈다. 여기서 '장관'은 김대중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 전 의원을 지칭한다.
박 전 의원은 "나에게 충성 말고 대통령 잘 모셔. 왜 하필 어제 우릴 그렇게 심하게 조지시면 아침 조간 보고 우리 의원들 좋겠어요. 확 분위기가 돌았어요"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의원은 "이해합니다. 장관님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민감한 시기에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의원은 "제 불찰로 사진이 찍혀 송구하다"며 "해당 문자는 과거에 주고받은 것으로 이 대표(이정현 전 의원)께도 사과 드린다"고 해명했다.
3. "징계 관련 법령 찾아놓으세요"
올해 1월 10일에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막 오른 추미애 장관 문자가 카메라에 잡혔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 장관이 장관정책보좌관에게 문자로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랍니다"라고 지시하는 것이 포착된 것. 여당과 검찰 안팎에서는 그 대상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인지에 대해 주목했다. 검찰 인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마찰을 빚던 때였다.
그날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이낙연 전 총리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시라"고 추 장관에게 전화로 직접 지시했다.
총리실은 이례적으로 통화 내용과 관련 사진까지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법령에 정한 절차 등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도록 대응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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